— 세계가 지금 필요로 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다
2010년 베이징에서 시니카 팟캐스트를 공동 창립했으며, 이전에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국제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를 지냈다.
20년 넘게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며 록 음악, 테크 저널리즘,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넘나드는 이력을 쌓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를 졸업했다.
2026년 2월 말 발발한 분쟁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9주간 지속된 혼란을 낳았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거의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이라 여겼던 공급망의 취약성을 마주해야 했다.
서류상으로는 중국이 가장 취약한 경제 중 하나였어야 했다.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45~5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의 거의 3분의 1이 걸프 지역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예측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버텼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단 0.2%포인트만 하향 조정했다 —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작은 하향 조정 폭이었다.
그 완충 장치의 일부는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약 12억 배럴에 달하는 전략·상업용 원유 비축량은 수입 없이 100일 이상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양이며, 러시아·중앙아시아 등 걸프 만 외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결과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 10년간 에너지 수요의 증가분이 수입 석유가 아닌 국내 생산 전력으로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로디움 그룹은 중국의 전기차만으로도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고 추산하며, 이를 오만의 하루 석유 생산량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촉매가 된 압력은 2000년대 초에 나타났으며, 처음엔 기후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문제였다. 1990년대 초 거의 0%에 가까웠던 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는 2003년경 40%를 넘어섰고 계속 증가했다. 중국 전략 기획자들은 이른바 '말라카의 딜레마' — 엄청나고 계속 증가하는 에너지 공급이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해군력을 보유한 국가들의 통제하에 있는 해상 통로를 통과한다는 인식 — 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전력 수요는 발전 용량을 앞질렀다. 2003년과 2004년에는 주요 해안 지방에서 정전과 전력 제한이 일상화됐고, 사스(SARS) 발생은 시스템 여유가 너무 부족하다는 인식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 시기에 내려진 결정 — 초고압 송전을 국가 그리드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방침, 국가에너지국 전신 기관 설립 등 — 의 영향은 15년 후에야 완전히 드러났다.
두 번째 압력은 대기 오염이었다. 2013년 1월 베이징의 '대기 재앙'은 PM2.5 농도가 미국 대사관 측정기의 상한선을 넘어선 사건으로, 수년간 쌓여온 문제의 정점이었다. 인구 밀집 도심 지역의 석탄 화력 산업 보일러가 단계적으로 폐쇄되고 전기 또는 가스 화력 발전소로 대체됐으며, 발전소 배출 기준이 강화되어 2010년대 후반에는 미국의 기준을 넘어섰다. 그 결과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전국적으로 41%나 줄어들었다.
세 번째 압력은 2008년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4조 위안규모의 경기 부양책 이었다. 이 조치들은 서구에서는 주로 부동산과 중공업 분야의 과잉 투자로 기억되지만, 상당 부분은 재생에너지 설비와 그리드 인프라, 이후 '신(新) 인프라'로 불리게 될 분야에 투입됐다.
네 번째 압력은 지도부에서 나왔다. 2014년 6월, 시진핑 주석은 중앙재경위원회 연설에서 '에너지 혁명'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2020년 9월 유엔 총회에서는 중국이 203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듬해 발표된 제14차 5개년 계획은 이 목표를 각 부처·성·국영기업 전반의 실행 목표로 전환하는 제도적 작업에 착수했다.
2005년, 2010년, 심지어 2015년까지도 대부분의 청정 기술에는 자연스러운 시장이 없었다. 태양광, 풍력, 리튬이온 배터리의 비용 곡선은 대부분의 응용 분야에서 보조금 없이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수준이었다. 청정 기술 시장은 기술이 자체 경쟁력으로 대규모 시장에 도달하기 전, 정책·조달·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야 했다.
전기차 부문에서 가장 결정적인 도구는 2017년 도입된 이중 크레딧 제도였다. 캘리포니아의 무공해차(ZEV) 프로그램을 직접적으로 본떠 만든 이 제도는 자동차 제조사가 신에너지차의 판매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거나, 쿼터를 초과 달성한 경쟁사로부터 크레딧을 사도록 요구했다. 베이징에서는 내연기관 번호판이 추첨제로 배정되는 반면, 전기차 구매자는 훨씬 짧은 대기 시간으로 번호판을 받을 수 있었다.
태양광 부문에서는 2009년 골든선(Golden Sun) 프로그램과 2011년 도입된 발전차액지원제도가 개발업체에 확정 매입가를 보장해 대규모 배치에 필요한 수익 확실성을 제공했다. 풍력 부문에서는 초기 컨세션 입찰과 2005년 재생에너지법이 그리드 의무 매입 조항을 확립해 간헐적 발전을 실행 가능한 상업적 사업으로 전환시켰다.
※ 골든선(Golden Sun) 프로그램: 발전소 건설비의 50~70%를 착공 전 미리 지원한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2009년 도입).
※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 FIT):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일정 기간 고정 가격에 의무 매입해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제도.
※ 풍력 컨세션 입찰(Wind Concession Tendering): 100MW급 대형 풍력단지 개발권을 최저가 입찰로 배분한 제도(2003년 도입).
※ 그리드 의무 매입(Mandatory Grid Purchase) 조항: 2005년 재생에너지법이 명시한, 전력망 운영사가 관할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해진 가격에 반드시 사들이도록 한 규정.
이러한 수요 창출이 만들어낸 것은 1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원가 경쟁력 있고 수직 통합된 청정기술 제조 기반이었다. 2011년 닝더에서 설립된 CATL은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업체로 성장했고, BYD는 배터리 제조 유산을 구조적 원가 우위로 활용했다. 2020년대 초 기준 두 회사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시스템의 척추는 초고압(UHV) 송전이다. 이 기술은 전기를 매우 높은 전압과 매우 낮은 손실률로 대륙 규모의 거리에 걸쳐 이동시킬 수 있게 한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UHV에 조기 투자를 결정했고, 이후 네이멍구·신장·간쑤·칭하이 등 서부·북부의 풍력·태양광 자원을 동부 해안의 수요 중심지로 연결하는 송전망을 구축했다. 가장 긴 창지-구취안 송전선은 1,100킬로볼트, 총 길이 3,200킬로미터 이상으로 12기가와트를 송전할 수 있다 — 가구 5,000만 곳 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가변적인 재생에너지는 통합 문제를 일으킨다. 2010년대 초 풍력 자원이 풍부한 서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출력제한(curtailment) 비율이 30%를 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출력제한 비율이 2012년 16%에서 2022년 3%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으며, 이는 연평균 75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그리드 인프라 투자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 출력제한(curtailment): 풍력·태양광이 생산할 수 있는데도 송전망 용량 부족이나 계통 안정성 문제로 실제 그리드에 흡수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전력의 비율.
전력화는 승용차에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도시 간 철도망은 75% 이상 전철화되어 있고, 54개 도시가 총 1만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지하철 시스템을 건설했다 — 대부분 2000년 이후 지어졌다. 4억 대가 넘는 전동 이륜차가 개발도상국 도심 대기오염의 주범이던 가솔린 스쿠터를 대체했다.
2024년 3월 이후의 흐름은 이전과 달랐다. 카본 브리프의 표준 참고자료로 꼽히는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의 로리 밀리비르타는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6년 2월 기준 21개월 연속 정체 또는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 수요가 정체돼서가 아니라 청정 발전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석탄화력 발전량이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감소했다.
다만 이것이 정점인지는 다른 질문이다. 2026년 3월 발표된 제15차 5개년 계획은 개정된 방법론 아래에서 향후 5년간 절대 배출량이 3~6% 증가할 여지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중동 분쟁이 남긴 메시지는 유가 급등만이 아니다. 전력 대전환이 기후변화 대응만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그 자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는 점이다. 중국의 25년짜리 에너지 베팅이 증명한 것도 결국 이것이다 — 회복력은 우연히 주어지지 않으며,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짜놓은 25년짜리 설계도의 산물이라는 것.
한국 입장에서 이 진단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기는 오랫동안 한국 제조업 경쟁력의 밑바탕이었지만, 최근 발전 용량과 송배전망 곳곳에서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신규 투자가 수도권과 일부 산업단지에 집중되면서, 계통 접속 지연과 지역 간 송전 제약이 이미 투자 결정의 발목을 잡는 현실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원전·그리드 투자를 통해 국내 발전 비중을 늘리는 방향은, 원유·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함의를 가진다. 또 기억해야 할 것은 발전소를 짓는 속도보다 송배전망을 확충하는 속도가 뒤처질 경우, 아무리 발전 용량을 늘려도 병목 지점에서 그 효과가 소멸된다는 점이다.
전력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즉,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생산·소비해 장거리 송전망 확충에 따른 금전적, 시간적 부담 및 사회적 갈등을 줄이자는 주장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내 최대 기업들이 엄청난 전기가 소요되는 대규모의 반도체 공장과 AI데이터센터 투자를, 수도권에 비해 전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방에서 실시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 상당 부분 고려되지 않았을까 싶다.
RE100 대응 역시 연결되어 있다. 글로벌 공급망 편입을 원하는 국내 수출기업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발전·송전 인프라 자체의 병목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신호로 읽어야 한다.
※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글로벌 이니셔티브. 전세계 450개 이상 기업 참여. 한국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36개사 참여. RE100은 기업별로 목표연도가 다르지만, 늦어도 2050년까지 100% 재생전력 사용을 원칙으로 함.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인용된 개인 및 기관의 견해는 비즈앤프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세계가 지금 필요로 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다
2010년 베이징에서 시니카 팟캐스트를 공동 창립했으며, 이전에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국제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를 지냈다.
20년 넘게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며 록 음악, 테크 저널리즘,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넘나드는 이력을 쌓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를 졸업했다.
2026년 2월 말 발발한 분쟁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9주간 지속된 혼란을 낳았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거의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이라 여겼던 공급망의 취약성을 마주해야 했다.
서류상으로는 중국이 가장 취약한 경제 중 하나였어야 했다.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45~5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의 거의 3분의 1이 걸프 지역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예측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버텼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단 0.2%포인트만 하향 조정했다 —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작은 하향 조정 폭이었다.
그 완충 장치의 일부는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약 12억 배럴에 달하는 전략·상업용 원유 비축량은 수입 없이 100일 이상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양이며, 러시아·중앙아시아 등 걸프 만 외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결과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 10년간 에너지 수요의 증가분이 수입 석유가 아닌 국내 생산 전력으로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로디움 그룹은 중국의 전기차만으로도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고 추산하며, 이를 오만의 하루 석유 생산량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촉매가 된 압력은 2000년대 초에 나타났으며, 처음엔 기후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문제였다. 1990년대 초 거의 0%에 가까웠던 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는 2003년경 40%를 넘어섰고 계속 증가했다. 중국 전략 기획자들은 이른바 '말라카의 딜레마' — 엄청나고 계속 증가하는 에너지 공급이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해군력을 보유한 국가들의 통제하에 있는 해상 통로를 통과한다는 인식 — 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전력 수요는 발전 용량을 앞질렀다. 2003년과 2004년에는 주요 해안 지방에서 정전과 전력 제한이 일상화됐고, 사스(SARS) 발생은 시스템 여유가 너무 부족하다는 인식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 시기에 내려진 결정 — 초고압 송전을 국가 그리드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방침, 국가에너지국 전신 기관 설립 등 — 의 영향은 15년 후에야 완전히 드러났다.
두 번째 압력은 대기 오염이었다. 2013년 1월 베이징의 '대기 재앙'은 PM2.5 농도가 미국 대사관 측정기의 상한선을 넘어선 사건으로, 수년간 쌓여온 문제의 정점이었다. 인구 밀집 도심 지역의 석탄 화력 산업 보일러가 단계적으로 폐쇄되고 전기 또는 가스 화력 발전소로 대체됐으며, 발전소 배출 기준이 강화되어 2010년대 후반에는 미국의 기준을 넘어섰다. 그 결과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전국적으로 41%나 줄어들었다.
세 번째 압력은 2008년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었다. 이 조치들은 서구에서는 주로 부동산과 중공업 분야의 과잉 투자로 기억되지만, 상당 부분은 재생에너지 설비와 그리드 인프라, 이후 '신(新) 인프라'로 불리게 될 분야에 투입됐다.
네 번째 압력은 지도부에서 나왔다. 2014년 6월, 시진핑 주석은 중앙재경위원회 연설에서 '에너지 혁명'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2020년 9월 유엔 총회에서는 중국이 203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듬해 발표된 제14차 5개년 계획은 이 목표를 각 부처·성·국영기업 전반의 실행 목표로 전환하는 제도적 작업에 착수했다.
2005년, 2010년, 심지어 2015년까지도 대부분의 청정 기술에는 자연스러운 시장이 없었다. 태양광, 풍력, 리튬이온 배터리의 비용 곡선은 대부분의 응용 분야에서 보조금 없이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수준이었다. 청정 기술 시장은 기술이 자체 경쟁력으로 대규모 시장에 도달하기 전, 정책·조달·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야 했다.
전기차 부문에서 가장 결정적인 도구는 2017년 도입된 이중 크레딧 제도였다. 캘리포니아의 무공해차(ZEV) 프로그램을 직접적으로 본떠 만든 이 제도는 자동차 제조사가 신에너지차의 판매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거나, 쿼터를 초과 달성한 경쟁사로부터 크레딧을 사도록 요구했다. 베이징에서는 내연기관 번호판이 추첨제로 배정되는 반면, 전기차 구매자는 훨씬 짧은 대기 시간으로 번호판을 받을 수 있었다.
태양광 부문에서는 2009년 골든선(Golden Sun) 프로그램과 2011년 도입된 발전차액지원제도가 개발업체에 확정 매입가를 보장해 대규모 배치에 필요한 수익 확실성을 제공했다. 풍력부문에서는 초기 컨세션 입찰과 2005년 재생에너지법이 그리드 의무 매입 조항을 확립해 간헐적 발전을 실행 가능한 상업적 사업으로 전환시켰다.
※ 골든선(Golden Sun) 프로그램: 발전소 건설비의 50~70%를 착공 전 미리 지원한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2009년 도입).
※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 FIT):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력을 일정 기간 고정 가격에 의무 매입해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제도.
※ 풍력 컨세션 입찰(Wind Concession Tendering): 100MW급 대형 풍력단지 개발권을 최저가 입찰로 배분한 제도(2003년 도입).
※ 그리드 의무 매입(Mandatory Grid Purchase) 조항: 2005년 재생에너지법이 명시한, 전력망 운영사가 관할 지역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해진 가격에 반드시 사들이도록 한 규정.
이러한 수요 창출이 만들어낸 것은 1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원가 경쟁력 있고 수직 통합된 청정기술 제조 기반이었다. 2011년 닝더에서 설립된 CATL은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업체로 성장했고, BYD는 배터리 제조 유산을 구조적 원가 우위로 활용했다. 2020년대 초 기준 두 회사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시스템의 척추는 초고압(UHV) 송전이다. 이 기술은 전기를 매우 높은 전압과 매우 낮은 손실률로 대륙 규모의 거리에 걸쳐 이동시킬 수 있게 한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UHV에 조기 투자를 결정했고, 이후 네이멍구·신장·간쑤·칭하이 등 서부·북부의 풍력·태양광 자원을 동부 해안의 수요 중심지로 연결하는 송전망을 구축했다. 가장 긴 창지-구취안 송전선은 1,100킬로볼트, 총 길이 3,200킬로미터 이상으로 12기가와트를 송전할 수 있다 — 가구 5,000만 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가변적인 재생에너지는 통합 문제를 일으킨다. 2010년대 초 풍력 자원이 풍부한 서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출력제한(curtailment) 비율이 30%를 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출력제한 비율이 2012년 16%에서 2022년 3%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으며, 이는 연평균 75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그리드 인프라 투자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 출력제한(curtailment): 풍력·태양광이 생산할 수 있는데도 송전망 용량 부족이나 계통 안정성 문제로 실제 그리드에 흡수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전력의 비율.
전력화는 승용차에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도시 간 철도망은 75% 이상 전철화되어 있고, 54개 도시가 총 1만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지하철 시스템을 건설했다 — 대부분 2000년 이후 지어졌다. 4억 대가 넘는 전동 이륜차가 개발도상국 도심 대기오염의 주범이던 가솔린 스쿠터를 대체했다.
2024년 3월 이후의 흐름은 이전과 달랐다. 카본 브리프의 표준 참고자료로 꼽히는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의 로리 밀리비르타는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6년 2월 기준 21개월 연속 정체 또는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 수요가 정체돼서가 아니라 청정 발전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석탄화력 발전량이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감소했다.
다만 이것이 정점인지는 다른 질문이다. 2026년 3월 발표된 제15차 5개년 계획은 개정된 방법론 아래에서 향후 5년간 절대 배출량이 3~6% 증가할 여지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의 25년짜리 에너지 베팅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기후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로 재정의되고 있다. 호르무즈 충격 이후 이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기업과 정부 입장에서 곱씹어야 할 지점은 중국의 회복력이 우연이 아니라, 25년에 걸친 5개년 계획의 누적된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중국처럼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을 그대로 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전력화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축이라는 진단은 그대로 적용된다. 원전·재생에너지·그리드 투자를 통해 국내 발전 비중을 늘리는 방향은, 원유·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함의를 가진다.
동시에 '무엇을 국내에서 구축하고 무엇을 조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각국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배터리·태양광 공급망이 사실상 중국을 경유하는 현실에서, 한국 기업은 자체 기술 역량을 어디까지 내재화할지, 어느 지점에서 중국·서구 공급망과 전략적으로 연결될지를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인용된 개인 및 기관의 견해는 비즈앤프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세계가 지금 필요로 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다
2010년 베이징에서 시니카 팟캐스트를 공동 창립했으며, 이전에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국제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를 지냈다.
20년 넘게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며 록 음악, 테크 저널리즘,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넘나드는 이력을 쌓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를 졸업했다.
2026년 2월 말 발발한 분쟁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9주간 지속된 혼란을 낳았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거의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이라 여겼던 공급망의 취약성을 마주해야 했다. (출처: World Economic Forum, 2026)
서류상으로는 중국이 가장 취약한 경제 중 하나였어야 했다.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45~5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의 거의 3분의 1이 걸프 지역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예측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버텼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단 0.2%포인트만 하향 조정했다 —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작은 하향 조정 폭이었다.
그 완충 장치의 일부는 전통적인 방식이었다. 약 12억 배럴에 달하는 전략·상업용 원유 비축량은 수입 없이 100일 이상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양이며, 러시아·중앙아시아 등 걸프 만 외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결과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 10년간 에너지 수요의 증가분이 수입 석유가 아닌 국내 생산 전력으로 충족되었기 때문이다. 로디움 그룹은 중국의 전기차만으로도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고 추산하며, 이를 오만의 하루 석유 생산량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촉매가 된 압력은 2000년대 초에 나타났으며, 처음엔 기후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문제였다. 1990년대 초 거의 0%에 가까웠던 중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는 2003년경 40%를 넘어섰고 계속 증가했다. 중국 전략 기획자들은 이른바 '말라카의 딜레마' — 엄청나고 계속 증가하는 에너지 공급이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해군력을 보유한 국가들의 통제하에 있는 해상 통로를 통과한다는 인식 — 를 자각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전력 수요는 발전 용량을 앞질렀다. 2003년과 2004년에는 주요 해안 지방에서 정전과 전력 제한이 일상화됐고, 사스(SARS) 발생은 시스템 여유가 너무 부족하다는 인식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 시기에 내려진 결정 — 초고압 송전을 국가 그리드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방침, 국가에너지국 전신 기관 설립 등 — 의 영향은 15년 후에야 완전히 드러났다.
두 번째 압력은 대기 오염이었다. 2013년 1월 베이징의 '대기 재앙'은 PM2.5 농도가 미국 대사관 측정기의 상한선을 넘어선 사건으로, 수년간 쌓여온 문제의 정점이었다. 인구 밀집 도심 지역의 석탄 화력 산업 보일러가 단계적으로 폐쇄되고 전기 또는 가스 화력 발전소로 대체됐으며, 발전소 배출 기준이 강화되어 2010년대 후반에는 미국의 기준을 넘어섰다. 그 결과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전국적으로 41%나 줄어들었다.
세 번째 압력은 2008년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었다. 이 조치들은 서구에서는 주로 부동산과 중공업 분야의 과잉 투자로 기억되지만, 상당 부분은 재생에너지 설비와 그리드 인프라, 이후 '신(新) 인프라'로 불리게 될 분야에 투입됐다.
네 번째 압력은 지도부에서 나왔다. 2014년 6월, 시진핑 주석은 중앙재경위원회 연설에서 '에너지 혁명'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2020년 9월 유엔 총회에서는 중국이 203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 이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듬해 발표된 제14차 5개년 계획은 이 목표를 각 부처·성·국영기업 전반의 실행 목표로 전환하는 제도적 작업에 착수했다.
2005년, 2010년, 심지어 2015년까지도 대부분의 청정 기술에는 자연스러운 시장이 없었다. 태양광, 풍력, 리튬이온 배터리의 비용 곡선은 대부분의 응용 분야에서 보조금 없이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수준이었다. 청정 기술 시장은 기술이 자체 경쟁력으로 대규모 시장에 도달하기 전, 정책·조달·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야 했다.
전기차 부문에서 가장 결정적인 도구는 2017년 도입된 이중 크레딧 제도였다. 캘리포니아의 무공해차(ZEV) 프로그램을 직접적으로 본떠 만든 이 제도는 자동차 제조사가 신에너지차의 판매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거나, 쿼터를 초과 달성한 경쟁사로부터 크레딧을 사도록 요구했다. 베이징에서는 내연기관 번호판이 추첨제로 배정되는 반면, 전기차 구매자는 훨씬 짧은 대기 시간으로 번호판을 받을 수 있었다.
태양광 부문에서는 2009년 골든선(Golden Sun) 프로그램과 2011년 도입된 발전차액지원제도가 개발업체에 확정 매입가를 보장해 대규모 배치에 필요한 수익 확실성을 제공했다. 풍력 부문에서는 초기 컨세션 입찰과 2005년 재생에너지법이 그리드 의무 매입 조항을 확립해 간헐적 발전을 실행 가능한 상업적 사업으로 전환시켰다.
이러한 수요 창출이 만들어낸 것은 1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원가 경쟁력 있고 수직 통합된 청정기술 제조 기반이었다. 2011년 닝더에서 설립된 CATL은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업체로 성장했고, BYD는 배터리 제조 유산을 구조적 원가 우위로 활용했다. 2020년대 초 기준 두 회사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시스템의 척추는 초고압(UHV) 송전이다. 이 기술은 전기를 매우 높은 전압과 매우 낮은 손실률로 대륙 규모의 거리에 걸쳐 이동시킬 수 있게 한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 UHV에 조기 투자를 결정했고, 이후 네이멍구·신장·간쑤·칭하이 등 서부·북부의 풍력·태양광 자원을 동부 해안의 수요 중심지로 연결하는 송전망을 구축했다. 가장 긴 창지-구취안 송전선은 1,100킬로볼트, 총 길이 3,200킬로미터 이상으로 12기가와트를 송전할 수 있다 — 가구 5,000만 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가변적인 재생에너지는 통합 문제를 일으킨다. 2010년대 초 풍력 자원이 풍부한 서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출력제한(curtailment) 비율이 30%를 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출력제한 비율이 2012년 16%에서 2022년 3%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으며, 이는 연평균 75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그리드 인프라 투자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전력화는 승용차에 국한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의 도시 간 철도망은 75% 이상 전철화되어 있고, 54개 도시가 총 1만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지하철 시스템을 건설했다 — 대부분 2000년 이후 지어졌다. 4억 대가 넘는 전동 이륜차가 개발도상국 도심 대기오염의 주범이던 2행정 가솔린 스쿠터를 대체했다.
2024년 3월 이후의 흐름은 이전과 달랐다. 카본 브리프의 표준 참고자료로 꼽히는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의 로리 밀리비르타는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6년 2월 기준 21개월 연속 정체 또는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 수요가 정체돼서가 아니라 청정 발전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석탄화력 발전량이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감소했다.
다만 이것이 정점인지는 다른 질문이다. 2026년 3월 발표된 제15차 5개년 계획은 개정된 방법론 아래에서 향후 5년간 절대 배출량이 3~6% 증가할 여지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의 25년짜리 에너지 베팅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하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기후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로 재정의되고 있다. 호르무즈 충격 이후 이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기업과 정부 입장에서 곱씹어야 할 지점은 중국의 회복력이 우연이 아니라, 25년에 걸친 5개년 계획의 누적된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중국처럼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을 그대로 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전력화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축이라는 진단은 그대로 적용된다. 원전·재생에너지·그리드 투자를 통해 국내 발전 비중을 늘리는 방향은, 원유·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함의를 가진다. 특히 중국의 초고압 송전망 사례는 지역 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는 인프라 투자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세계경제포럼이 지적하듯, 노르웨이·코스타리카는 산업 정책 없이도 세금·수입 제도만으로 전기차 보급률을 높였다. '무엇을 국내에서 구축하고 무엇을 조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각국 전략의 핵심이 되고 있다. 배터리·태양광 공급망이 사실상 중국을 경유하는 현실에서, 한국 기업은 자체 기술 역량을 어디까지 내재화할지, 어느 지점에서 중국·서구 공급망과 전략적으로 연결될지를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의 '관리된 개입' 모델 —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중국 기업의 유럽 내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 — 은 참고할 만한 제3의 경로다. 한국도 배터리·태양광·전력망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을 이분법으로 나누기보다, 산업별로 정교하게 설계된 대응 전략을 마련할 시점이다.
주요 통계는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로디움 그룹, 국제에너지기구(IEA), 카본 브리프 등 원문에 인용된 자료를 그대로 참조하였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인용된 개인 및 기관의 견해는 비즈앤프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Good to Great
평범함이나 적당한 성공에 안주하는 태도야말로 탁월함으로 나아가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2001)는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판매되며 경영진의 필독서를 넘어 조직 문화와 리더십 논의의 기준점이 되었다.
콜린스와 그의 연구팀은 무려 5년에 걸쳐 1,435개의 포춘 500대 기업을 전수 조사했다. 이 중 15년간 시장 평균의 3배 이상 누적 주식 수익률을 달성하며 도약한 단 11개 기업만을 추려내 '위대함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를 추출했다.
이후 발표한 『빌트 투 라스트(Built to Last)』,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 등을 통해 기업의 지속성과 쇠락의 패턴을 꾸준히 연구해 오고 있다.
콜린스 연구팀이 발견한 위대한 기업으로의 전환은 극적인 혁신의 순간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구원자의 등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도의 규율이 지배하는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진화의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요약된다: 규율 있는 사람(Disciplined People) → 규율 있는 생각(Disciplined Thought) → 규율 있는 행동(Disciplined Action). 이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기업은 비로소 평범함의 궤도를 벗어나 위대함의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연구팀을 가장 놀라게 한 발견 중 하나는 위대한 기업을 이끈 CEO들의 성향이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 CEO가 아니라,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으며 심지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인물들이 전환을 주도했다.
콜린스는 이를 '단계 5 리더십(Level 5 Leadership)'이라 명명했다. 이들은 극단적인 개인적 겸손(Personal Humility)과 강렬한 직업적 의지(Professional Will)라는 역설적 특성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하나의 사례가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를 이끈 다윈 스미스(Darwin E. Smith)로, 사내 변호사 출신의 조용한 그는 회사의 100년 된 주력 사업인 제지 공장을 매각하는 파격적 결단을 내려 P&G를 꺾고 세계 1위로 올려놓았다.
이들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비유가 '창문과 거울(The Window and the Mirror)'이다. 단계 5 리더들은 성공했을 때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공로를 동료·외부 요인·심지어 '행운'으로 돌린다. 반면 실패했을 때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직 자신에게서 책임을 찾는다.
일반적인 경영 상식은 훌륭한 리더가 먼저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그 방향에 맞춰 사람들을 정렬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들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그들은 "먼저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부적합한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며,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자리에 앉힌 다음, 버스가 어디로 갈지(방향)를 결정"했다.
이 원칙의 핵심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적응력에 있다. 만약 사람들이 버스가 가는 '방향'을 보고 탑승했다면, 10마일쯤 가다가 방향을 바꿔야 할 때 심각한 동기부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버스에 탄 다른 '훌륭한 동료들' 때문에 탑승했다면, 방향이 바뀌어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회사들은 예외 없이 자신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진실이 들리는 문화를 조성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콜린스는 이를 '스톡데일 패러독스(The Stockdale Paradox)'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명칭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하노이 힐튼 포로수용소에서 8년간 갇혀 지낸 미군 최고위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 제독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낙관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다가 실망하고, 다시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다가 절망하며 죽어갔다. 반면 스톡데일은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눈앞에 닥친 가장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규율"을 잃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우화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한 가지 큰 것을 안다"에서 착안한 '고슴도치 콘셉트(The Hedgehog Concept)'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고 명쾌한 원칙으로 꿰뚫는 능력을 의미한다. 비교 기업들이 교활한 여우처럼 여러 방향으로 분산된 전략을 추구하다가 길을 잃은 반면, 위대한 기업들은 고슴도치처럼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고슴도치 콘셉트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질문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첫째,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는 단순한 핵심 역량을 넘어서며, 현재 잘하는 일이라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둘째, 우리의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핵심 지표(X당 이익)는 무엇인가? 지속적이고 강력한 현금 흐름과 수익성을 창출하는 단일한 '경제적 분모'를 찾는 것이다. 셋째, 우리가 깊은 열정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억지로 열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의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다.
위대한 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는 단 하나의 결정적 행동이나 획기적 프로그램, 기적적인 순간이 없었다. 콜린스는 이를 무거운 '플라이휠(Flywheel, 대형 금속 바퀴)'을 밀어 돌리는 과정에 비유한다. 처음에는 엄청난 힘을 쏟아부어도 겨우 한 바퀴 돌아갈까 말까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밀면 어느 순간 바퀴는 스스로의 무게와 관성으로 인해 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외부에서 보면 극적인 전환처럼 보이는 순간도, 내부적으로는 오랜 규율 있는 축적의 결과물이다. 인터뷰에 응한 위대한 기업의 임원들 중 자신들의 '전환점'을 명확히 지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것이 플라이휠 효과의 본질이다.
짐 콜린스의 이 연구가 출간된 지 25년이 지났다. 책에서 찬사를 받았던 기업들 중 일부는 2008년 금융위기와 기술 변화 대응 과정, 리더십 변화 등을 거치면서 그 사이 도태되기도 했다. 개별 회사 흥망성쇠의 맥락은 각각 따로따로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이 책에서 제시한 대부분 원칙의 유효성은 대체로 시대를 초월한다고 본다. 편집자로서는 조직 생활을 더 오래 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해 갈수록 그런 생각을 강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원칙들은 크건 작건, 민간 기업이건 공공기관이건 조직의 종류와 관계없이 폭넓게 적용된다.
우선 규율(discipline)의 중요성이다. 규율은 규제(regulation) 또는 통제(control)와 전혀 다른 것이다. 규율은 자발성을 내포하는 것이고, 규제와 통제는 타율성을 기반으로 한다. 역설적이게도 규율 없는 조직에서 규제와 통제가 많은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편집자는 조직원들이 목표와 핵심 가치를 확실히 인식하고 공유하면서, 이러한 목표와 핵심가치 기반의 인사제도(보상과 처벌)가 공정하게 운영될 때 자율적 규율은 강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규율이 부족해지고 도덕적 해이와 일탈행위가 증가함에 따라 규제가 증가한다. 이는 또 조직원들이 조직의 목표와 핵심가치 추구 대신, 내부 규제만 지키면 직업적으로 안전하다 생각하게 해서 외부 서비스 제공과 가치창출이라는 조직의 존재의의를 희석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본다.
책에서 제시한 겸손과 의지를 겸비한 리더의 개념도 눈 여겨 볼 만하다. AI와 기술 혁명이 가속화되고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외부 환경의 상수가 되어, 신속한 대응과 민첩성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지금, 개인 영웅에 의존하는 조직보다 규율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더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인다는 것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창문과 거울'의 비유는 신선하다. 성공의 공을 외부로 돌리고 실패의 책임을 자신에게서 찾는 리더—그런 리더가 더 많은 조직과 사회가 건강하다.
먼저 '누구'를, 다음에 '무엇'을 이라는 원칙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항상 기억해야 할 핵심이다. 여러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을 경영해 본 사람들은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적합한 사람을 확보하고 제자리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표의 절반 이상은 달성한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은 변하고 업무도 변한다. 탄탄한 '기본기', '겸손', 그리고 배우고 이루려는 '열의'를 갖춘 사람은 낯선 업무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적응하며 조직 목표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런 기본 요소들이 부족한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라면, 그것이 어떤 미션을 가진 조직이든, 아무리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건, 아무리 많은 금전적 지원을 받건 관계없이 성취 가능성이 낮다.
'고슴도치 콘셉트'는 오늘날 K-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빠른 피벗(방향 전환)을 미덕으로 여기는 스타트업 문화에서,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단 하나의 영역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가? 유니콘이라는 추상적 목표보다 고슴도치적 집중이 장기적 생존을 결정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많은 리더와 프로들에게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내면의 중심을 잡기 위한 지침이 된다. 막연한 낙관론이 아닌 냉혹한 현실 진단과 최종 승리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버티고, 살아남고, 그리고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결국 이 책이 25년이 지나도 읽을 가치가 큰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 규율, 집중,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이것들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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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인용된 개인 및 기관의 견해는 비즈앤프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Good to Great
평범함이나 적당한 성공에 안주하는 태도야말로 탁월함으로 나아가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2001)는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판매되며 경영진의 필독서를 넘어 조직 문화와 리더십 논의의 기준점이 되었다.
콜린스와 그의 연구팀은 무려 5년에 걸쳐 1,435개의 포춘 500대 기업을 전수 조사했다. 이 중 15년간 시장 평균의 3배 이상 누적 주식 수익률을 달성하며 도약한 단 11개 기업만을 추려내 '위대함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를 추출했다.
이후 발표한 『빌트 투 라스트(Built to Last)』,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 등을 통해 기업의 지속성과 쇠락의 패턴을 꾸준히 연구해 오고 있다.
콜린스 연구팀이 발견한 위대한 기업으로의 전환은 극적인 혁신의 순간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구원자의 등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도의 규율이 지배하는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진화의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요약된다: 규율 있는 사람(Disciplined People) → 규율 있는 생각(Disciplined Thought) → 규율 있는 행동(Disciplined Action). 이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기업은 비로소 평범함의 궤도를 벗어나 위대함의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연구팀을 가장 놀라게 한 발견 중 하나는 위대한 기업을 이끈 CEO들의 성향이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 CEO가 아니라,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으며 심지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인물들이 전환을 주도했다.
콜린스는 이를 '단계 5 리더십(Level 5 Leadership)'이라 명명했다. 이들은 극단적인 개인적 겸손(Personal Humility)과 강렬한 직업적 의지(Professional Will)라는 역설적 특성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하나의 사례가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를 이끈 다윈 스미스(Darwin E. Smith)로, 사내 변호사 출신의 조용한 그는 회사의 100년 된 주력 사업인 제지 공장을 매각하는 파격적 결단을 내려 P&G를 꺾고 세계 1위로 올려놓았다.
이들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비유가 '창문과 거울(The Window and the Mirror)'이다. 단계 5 리더들은 성공했을 때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공로를 동료·외부 요인·심지어 '행운'으로 돌린다. 반면 실패했을 때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오직 자신에게서 책임을 찾는다.
일반적인 경영 상식은 훌륭한 리더가 먼저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그 방향에 맞춰 사람들을 정렬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들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그들은 "먼저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부적합한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며,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자리에 앉힌 다음, 버스가 어디로 갈지(방향)를 결정"했다.
이 원칙의 핵심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적응력에 있다. 만약 사람들이 버스가 가는 '방향'을 보고 탑승했다면, 10마일쯤 가다가 방향을 바꿔야 할 때 심각한 동기부여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버스에 탄 다른 '훌륭한 동료들' 때문에 탑승했다면, 방향이 바뀌어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회사들은 예외 없이 자신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진실이 들리는 문화를 조성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콜린스는 이를 '스톡데일 패러독스(The Stockdale Paradox)'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명칭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하노이 힐튼 포로수용소에서 8년간 갇혀 지낸 미군 최고위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 제독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낙관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다가 실망하고, 다시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다가 절망하며 죽어갔다. 반면 스톡데일은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눈앞에 닥친 가장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규율"을 잃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우화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한 가지 큰 것을 안다"에서 착안한 '고슴도치 콘셉트(The Hedgehog Concept)'는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고 명쾌한 원칙으로 꿰뚫는 능력을 의미한다. 비교 기업들이 교활한 여우처럼 여러 방향으로 분산된 전략을 추구하다가 길을 잃은 반면, 위대한 기업들은 고슴도치처럼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했다.
고슴도치 콘셉트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질문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다. 첫째,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는 단순한 핵심 역량을 넘어서며, 현재 잘하는 일이라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둘째, 우리의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핵심 지표(X당 이익)는 무엇인가? 지속적이고 강력한 현금 흐름과 수익성을 창출하는 단일한 '경제적 분모'를 찾는 것이다. 셋째, 우리가 깊은 열정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억지로 열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의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다.
위대한 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는 단 하나의 결정적 행동이나 획기적 프로그램, 기적적인 순간이 없었다. 콜린스는 이를 무거운 '플라이휠(Flywheel, 대형 금속 바퀴)'을 밀어 돌리는 과정에 비유한다. 처음에는 엄청난 힘을 쏟아부어도 겨우 한 바퀴 돌아갈까 말까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계속해서 밀면 어느 순간 바퀴는 스스로의 무게와 관성으로 인해 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외부에서 보면 극적인 전환처럼 보이는 순간도, 내부적으로는 오랜 규율 있는 축적의 결과물이다. 인터뷰에 응한 위대한 기업의 임원들 중 자신들의 '전환점'을 명확히 지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것이 플라이휠 효과의 본질이다.
짐 콜린스의 이 연구가 출간된 지 2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책에서 찬사를 받았던 기업들 중 일부는 2008년 금융위기와 기술 격변기를 거치며 엇갈린 운명을 맞이했다. 패니매(Fannie Mae)의 몰락과 뉴코(Nucor)의 지속적 성장은 이 책의 원칙들이 오늘날의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어떤 실질적 교훈을 주는지 재평가하게 만든다. 원칙의 유효성은 시대를 초월하지만, 그 적용은 반드시 맥락과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자는 조직 생활을 더 오래 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해 가면서 이 책에서 제시된 여러 주장들이 더욱더 예리한 통찰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 기업들에게 '단계 5 리더십' 개념은 특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의 경영 문화는 카리스마적 오너 리더십과 강력한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AI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개인 영웅에 의존하는 조직보다 규율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더 높은 회복 탄력성을 보인다는 것이 콜린스 연구의 핵심 메시지다. 삼성의 이재용 시대 이후 한국 대기업들이 '집단적 경영 능력'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는 현재 진행형 질문이다.
'고슴도치 콘셉트'는 오늘날 K-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빠른 피벗(방향 전환)을 미덕으로 여기는 스타트업 문화에서,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단 하나의 영역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가? 유니콘을 향한 질주보다 고슴도치적 집중이 장기적 생존을 결정한다. 네이버가 검색과 콘텐츠라는 '단일 엔진'에 집중해 동남아시아로 확장에 성공한 것은 이 원칙의 실증 사례다.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 리더들에게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경제 정책 입안에서 중요한 지침이 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제조업 공동화, AI 일자리 대체라는 구조적 도전 앞에서, 막연한 낙관론("우리 경제는 반드시 반등할 것")이 아닌 냉혹한 현실 진단과 최종 승리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출발점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어떻게 위대해질 것인가'에 대한 처방전이 아니라, '위대함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철학적 나침반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그 나침반은 여전히 북쪽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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