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z & Pro 뉴스레터 Vol.09 | 경영전략 이론의 추세와 패러다임 — 전략 계획에서 생태계 구축까지, 주요 학파의 흐름과 시사점
1985년 저서 <Competitive Advantage>에서는 가치사슬(Value Chain) 분석으로 이론을 확장했으며, 이후 국가 경쟁우위 이론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산하 전략경쟁력연구소를 설립해 이끌었다.
두 사람의 이론은 에디스 펜로즈(1959)와 버거 워너펠트(1984)가 다진 자원기반관점의 토대 위에서, 제이 바니(1991)의 VRIN 프레임워크로 이론적 완성도를 갖추며 현대 경영전략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잡았다.
마이클 포터는 1980년 저서 <Competitive Strategy>에서 산업조직론(Industrial Organization Theory)을 경영전략에 접목해 산업구조론으로 체계화했다. 이 이론의 핵심은 기업의 성과가 내부 역량보다 먼저 "어떤 산업에서 경쟁하는가"에 의해 크게 결정된다는 것이다. 산업구조가 경쟁 강도를 결정하고, 경쟁 강도가 평균 수익률을 결정한다는 산업구조 → 경쟁강도 → 수익성 → 기업성과의 논리다.
포터는 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힘을 분석하기 위해 Five Forces Model을 제시했다. 기존 경쟁기업 간 경쟁, 신규 진입자의 위협, 대체재의 위협, 구매자의 교섭력, 공급자의 교섭력이라는 다섯 가지 힘이 약할수록 산업의 평균 수익률은 높아진다.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투자와 첨단 기술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반면, 항공산업은 기존 경쟁이 치열하고 대체재가 존재해 구조적으로 수익률이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같은 산업 안에서도 기업들의 운명은 크게 엇갈린다. 같은 자동차 산업인데 왜 도요타와 GM의 운명은 달랐는가. 같은 IT 산업인데 왜 애플은 반복해서 혁신하고 노키아는 추락했는가.
1990년 하멜과 프라할라드는 HBR에 "The Core Competence of the Corporation"을 발표하며 "외부 환경이 아닌 기업 내부의 역량이 경쟁우위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Rumelt(1991)의 실증연구는 동일 산업 내 기업 간 성과 차이가 산업 간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주며 이 관점에 힘을 실었다. 핵심역량이론은 워너펠트(1984)가 제시한 자원기반관점(Resource-Based View, RBV)의 흐름을 경영 현장에 확산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RBV는 자원의 이질성(같은 산업에서도 기업마다 보유 자원이 다르다)과 자원의 비이동성(일부 자원은 거래하거나 옮기기 매우 어렵다)이라는 두 전제 위에서, 특정 기업이 오랜 기간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핵심역량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는 저량(stock)의 개념이다. 욕조 모형(Bathtub model, Dierickx & Cool, 1989)으로 보면, 신기술 개발·인재 육성 같은 경영활동이 물의 유입이고, 경쟁자의 모방·대체(imitation·substitution), 밸류체인 내 힘센 플레이어에게 가치를 뺏기는 것(빼앗김, hold-up), 조직의 나태(느슨함, slack)가 유출이다. 유입이 유출보다 많아야 핵심역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다.
제이 바니는 1991년 "어떤 자원이 지속적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VRIN을 제시했다. 가치성(Valuable) — 기회를 포착하거나 위협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가, 희소성(Rare) — 경쟁자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자원인가, 모방불가성(Inimitable) — 경쟁자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가, 비대체성(Non-substitutable) — 다른 자원으로 대체할 수 없는가이다. 바니는 이후 네 번째 기준을 조직(Organization) — 자원을 실제로 활용할 조직 체계를 갖췄는가 — 으로 바꾼 VRIO 모델을 제시했다.
모방을 어렵게 만드는 메커니즘은 세 가지다. 경로의존성(역량은 오랜 역사적 과정을 통해 쌓이므로 경쟁자가 그 경로 자체를 복제할 수 없다), 인과 모호성(경쟁우위의 원천을 내부 구성원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사회적 복잡성(팀워크·조직문화·신뢰는 시장에서 살 수 없다)이다.
포터는 산업구조를 분석한 후 기업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고 보고, 원가우위(Cost Leadership)·차별화(Differentiation)·집중화(Focus)라는 세 가지 본원적 경쟁전략을 제시했다. Walmart와 Ryanair는 원가우위, Apple과 BMW는 차별화, 고급 시계나 의료기기 전문기업은 집중화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포터는 1985년 <Competitive Advantage>에서 가치사슬(Value Chain) 분석으로 이론을 확장했다. 기업 활동을 투입물류·운영·산출물류·마케팅 및 판매·서비스로 이루어진 본원활동(Primary Activities)과, 기업 인프라·인적자원관리·기술개발·조달로 이루어진 지원활동(Support Activities)으로 나누어, 어느 부분에서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도구다.
하멜과 프라할라드는 기업을 '사업 포트폴리오'가 아닌 '핵심역량의 포트폴리오'로 봐야 한다며 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 개념을 제시했다. Honda는 소형 고효율 엔진 설계 능력 하나로 오토바이 → 자동차 → 선외기·발전기까지 시장을 넓혔고, Canon은 광학·이미징 역량을 카메라에서 복사기·레이저 프린터로 이전해 제록스가 지배하던 시장을 잠식했다. Apple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통합 능력과 UX 설계라는 역량으로 PC에서 스마트폰, 금융·콘텐츠 서비스까지 시장을 열어왔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OLED 분야에서 수십 년간 쌓은 공정 기술을, 3M은 도포 기술과 자율적 실험 문화를 핵심역량으로 삼았다.
두 이론 모두 경영전략 발전에 크게 기여한 한편, 한계도 지닌다. 산업구조론은 동일 산업 내 기업 간 역량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여러 산업에 동시에 진출하면서 '산업' 단위 분석 자체의 유효성도 약해졌다. 핵심역량이론은 "성공한 기업은 핵심역량이 있다 → 핵심역량이 있으니 성공했다"는 순환논리에 빠지기 쉽고,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기존 역량이 오히려 변화를 막는 핵심경직성(core rigidity)이 될 수 있다(Leonard-Barton, 1992).
그래서 현대 전략 수립의 기본은 외부 분석(산업구조)과 내부 분석(핵심역량)을 통합하는 것이다. 가치사슬 활동별로 역량을 매핑하면 핵심역량의 위치와 강도를 구체화할 수 있고, 이 통합적 시각 위에서 데이터·AI 알고리즘·생태계 구축 능력 같은 새로운 핵심역량이 오늘날 더욱 강력한 설명력을 갖는다.
한국 기업과 정책 입안자에게 이 두 이론은 서로 다른 두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이 산업은 얼마나 매력적인가?"와 "우리 회사의 욕조에는 무엇이 남아있는가?"다. 신규 사업 진출이나 투자 의사결정에서 산업 매력도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내부 역량 부재로 좌초하거나, 반대로 내부 역량에 매몰돼 산업 자체가 구조적으로 저수익인 시장에 오래 머무는 경우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두 이론이 겹쳐 설명되는 대표 사례다. 메모리·파운드리라는 산업 자체의 높은 진입장벽(포터적 해자)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십 년간 쌓아온 공정 기술·생산 효율화 역량(핵심역량적 해자)이 함께 작동하며 경쟁우위를 만들어왔다. 반면 카카오·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의 경쟁 지형은 Five Forces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들은 산업 내 경쟁보다 생태계 오케스트레이션과 네트워크 효과라는 역량으로 경쟁우위를 구축했다.
한국 대기업 그룹 구조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사업부 간 역량 이전이다. 계열사를 독립 손익 단위로만 운영하면 그룹 전체가 보유한 기술·인재·데이터 역량이 사업부 경계 안에 갇히기 쉽다. 핵심역량을 가진 사업 또는 공정의 노하우가 다른 사업 또는 공정으로 이전될 수 있도록 하는 의도적 노력과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
실무적으로는 두 이론을 순서대로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 먼저 Five Forces로 진출하려는 산업의 매력도를 진단하고, 다음으로 역량 감사(Capability Audit)를 통해 VRIO 기준으로 우리 조직이 그 산업에서 통할 역량을 실제로 갖췄는지 검증한다. 이 두 단계를 모두 거쳤을 때만, 신규 시장 진입이나 M&A,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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