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론의 배경 — 왜 같은 산업인데 성과가 다를까?
- 출발점의 질문: 같은 자동차 산업인데 왜 도요타와 GM의 운명은 달랐는가? 같은 IT 산업인데 왜 애플은 반복해서 혁신하고 노키아는 추락했는가?
- 기존 이론의 한계: 1980년대까지 경영전략의 주류는 마이클 포터의 산업구조 분석(Five Forces)이었다. 이 관점은 “어떤 산업에 있느냐”가 성과를 결정한다고 봤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동일 산업 내에서도 기업 간 성과 차이가 산업 간 차이보다 훨씬 컸다(Rumelt, 1991).
- 패러다임의 전환: 1990년, Gary Hamel과 C.K. Prahalad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The Core Competence of the Corporation”을 발표하며 전략의 시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외부 환경이 아닌, 기업 내부의 역량이 경쟁우위를 결정한다.”
“기업의 지속적 경쟁우위는 외부의 산업 구조가 아닌, 내부에 보유한 희소하고 모방 불가능한 자원과 역량에서 비롯된다.”

C.K. Prahalad과 Gary Hamel (현대 경영전략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 중 두 사람)
2. 주요 학자와 핵심 문헌
- Edith Penrose (1959) — The Theory of the Growth of the Firm: 기업을 ‘자원의 묶음(bundle of resources)’으로 정의한 ‘자원기반 관점(Resource-Based View: RBV)의 지적 기원. “기업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보유한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유기체다.”
- Birger Wernerfelt (1984) — “A Resource-Based View of the Firm”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자원기반 관점(RBV)’이라는 명칭을 최초로 사용하고, 자원과 수익성의 관계를 체계화.
- Hamel & Prahalad (1990) — “The Core Competence of the Corpor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핵심역량 개념을 정립하고 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 도입. HBR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논문 중 하나.
- Jay Barney (1991) — “Firm Resources and Sustained Competitive Advantage” (Journal of Management): VRIN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며 RBV의 이론적 토대를 완성.
- Hamel & Prahalad (1994) — Competing for the Future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미래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역량 구축 전략을 심화.
- Teece, Pisano & Shuen (1997) — “Dynamic Capabilities and Strategic Management”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급변하는 환경에서 역량을 재구성하는 ‘동태적 역량이론’으로 확장.

3. 이론의 핵심 내용
① RBV의 두 가지 전제
자원기반 관점은 두 가지 핵심 전제에서 출발한다.
- 자원의 이질성(Heterogeneity): 같은 산업에 있어도 기업마다 보유한 자원은 서로 다르다. 이 차이가 성과 격차를 만든다.
- 자원의 비이동성(Immobility): 일부 자원은 시장에서 거래하거나 옮기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자원의 차이가 오래 지속된다.
두 전제가 함께 성립할 때, 특정 기업이 오랜 기간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② Barney의 VRIN / VRIO 프레임워크
Jay Barney는 “어떤 자원이 지속적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VRIN을 제시했다.
- V — 가치성(Valuable): 그 자원이 기회를 포착하거나 위협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가?
- R — 희소성(Rare): 경쟁자들이 갖고 있지 않은 희귀한 자원인가?
- I — 모방 불가성(Inimitable): 경쟁자가 쉽게 복제하거나 흉내 낼 수 없는가?
- N / O — 비대체성(Non-substitutable) / 조직(Organization): 다른 자원으로 대체할 수 없는가? / 그 자원을 실제로 활용하는 조직 체계가 갖춰져 있는가?
모방을 어렵게 만드는 메커니즘은 세 가지다. 첫째, 경로의존성 — 역량은 오랜 역사적 과정을 통해 쌓이기 때문에 경쟁자가 그 경로 자체를 복제할 수 없다. 둘째, 인과 모호성 — 경쟁우위의 원천이 무엇인지 외부는 물론 내부 구성원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셋째, 사회적 복잡성 — 팀워크, 조직문화, 신뢰 같은 것은 시장에서 살 수 없다.
③ Hamel & Prahalad의 핵심역량이론
Hamel과 Prahalad는 기업을 ‘사업 포트폴리오’가 아닌 ‘핵심역량의 포트폴리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란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조직 전체가 집합적으로 학습하고 통합하는 능력이다.
핵심역량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 다양한 시장 접근 가능성: 여러 제품·서비스 시장으로의 문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
- 고객 가치 기여: 최종 소비자가 느끼는 핵심 편익에 의미 있는 공헌을 해야 한다.
- 모방 난이도: 경쟁자가 쉽게 따라 하기 어려워야 한다.
대표 사례로 NEC는 반도체·통신·컴퓨터를 관통하는 기술 역량을 중심으로 다각화하여 경쟁자보다 효율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GTE는 사업부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다 역량 시너지를 놓쳤다.
④ 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
Hamel & Prahalad는 단순한 자원 분석을 넘어 ‘전략적 의도’ 개념을 함께 제시했다. 이는 현재 보유한 자원을 훨씬 초과하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그 갭을 메우는 과정에서 역량을 의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방향성이다.
- 혼다: ‘제2의 포드’를 목표로 엔진 기술을 중심으로 오토바이에서 자동차, 선박, 발전기까지 확장.
- 캐논: ‘제록스 타도’를 목표로 광학·이미징 역량을 카메라에서 복사기, 레이저 프린터로 이전.
- 코마츠: ‘캐터필러를 포위하라’는 목표 아래 건설 중장비 글로벌 역량 구축.
“전략적 의도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조직 전체가 공유하는 집착(obsession)이어야 한다.” — Hamel & Prahalad, 1990
4. 주요 사례
① Honda — 엔진 기술 핵심역량
Honda의 핵심역량은 소형 고효율 엔진 설계·제조 능력이다. 이 단일 역량이 오토바이 → 자동차 → 선박 → 제설기 → 발전기 등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 제품은 달라도 역량은 하나였다.
② Canon — 광학·이미징 역량
Canon은 광학 기술, 초정밀 기계, 이미징을 핵심역량으로 삼아 카메라 → 복사기 → 레이저 프린터 → 반도체 노광장비로 역량을 이전했다. 제록스가 지배하던 복사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것도 이 역량 기반의 의도적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③ Apple — 플랫폼·UX·생태계 통합 역량
Apple의 핵심역량은 특정 제품 기술이 아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통합하는 능력과 직관적 사용자 경험(UX) 설계가 핵심역량이다. 이 역량은 PC → MP3 플레이어 → 스마트폰 → 스마트워치 → 금융(Apple Pay)·콘텐츠(Apple TV+)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열어왔다.
④ 삼성전자 —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 역량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DRAM, NAND)와 O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공정 기술과 생산 효율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역량은 경로의존성이 매우 높아 경쟁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스마트폰·TV·파운드리 사업까지의 수직계열화와 시장 지배력이 여기서 비롯된다.
⑤ 3M — 접착 기술과 혁신 문화
3M은 도포(coating & bonding) 기술을 핵심 기술 역량으로, 직원의 자율적 실험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를 핵심 무형 역량으로 보유한다. Post-it, 스카치 테이프, 의료용 필름 등 6만 5천여 가지 제품이 이 두 가지 역량의 결합에서 나왔다. 조직문화도 모방하기 어려운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5. 이론의 장점과 한계
장점
- 내부 역량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전략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 같은 산업 내에서도 기업 간 성과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를 강력하게 설명한다.
- 핵심역량 파악을 통해 다각화 전략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지식, 브랜드, 문화 같은 무형 자원의 전략적 가치를 명시적으로 인정한다.
한계와 비판
- 순환논리의 위험: “성공한 기업은 핵심역량이 있다 → 핵심역량이 있으니 성공했다”는 식의 순환 설명에 빠지기 쉽다.
- 정적(static) 분석의 한계: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존 역량이 오히려 변화를 막는 ‘핵심 경직성(core rigidity)’이 될 수 있다(Leonard-Barton, 1992).
- 측정의 어려움: 역량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
- 외부 환경 경시: 내부 역량에 집중하다 보니 산업 구조나 시장 변화 같은 외부 요인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룬다.
- 스타트업·중소기업 적용 한계: 자원이 제한된 초기 기업에 핵심역량 논리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6. 현대적 시사점 — AI·디지털 전환 시대의 RBV
RBV는 오늘날 더욱 강력한 설명력을 가진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데이터 자산, AI 알고리즘 역량, 네트워크 효과, 생태계 구축 능력이 새로운 핵심역량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것들은 경로의존성과 사회적 복잡성이 매우 높아 모방이 더욱 어렵다.
- Google: 검색 알고리즘과 광고 데이터 역량 → 클라우드·AI로 확장.
- Amazon: 물류 역량 → AWS 클라우드 역량 → 광고 역량으로 반복 확장.
- Netflix: 데이터 기반 콘텐츠 추천 역량 →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으로 심화.
전략 실무에서의 적용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역량 감사(Capability Audit): 내부 자원과 역량을 체계적으로 목록화하고 VRIO 기준으로 평가하라.
- 역량 갭 분석: 미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역량과 현재 역량의 차이를 파악하라.
- 핵심역량 집중 투자: 모방이 어렵고 복수 시장에 적용 가능한 역량에 R&D, 인재, 자본을 집중하라.
- 비핵심은 아웃소싱: 핵심역량 외의 활동은 외부에 맡겨 자원 효율성을 높여라.
- 역량 포트폴리오로 다각화 판단: 새로운 사업 진출 시 “우리의 역량이 이 시장에서 통하는가?”를 먼저 물어라.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는 경쟁자보다 빠르게 학습하는 능력이다.” — Arie de Geus, Shell 전략기획가
7. 관련 이론과의 연계
- 포터의 가치사슬(Porter, 1985): 가치사슬 활동별로 역량을 매핑하면 핵심역량의 위치와 강도를 구체화할 수 있다. 외부 분석(포터)과 내부 분석(RBV)을 통합하는 것이 현대 전략 수립의 기본이다.
- 동태적 역량이론(Teece et al., 1997):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존 역량을 재구성·통합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RBV의 정적 한계를 보완하는 이론이다.
- 지식기반 관점(KBV): 지식을 가장 전략적인 자원으로 강조한다. RBV의 무형 자원 개념을 심화한다.
- 블루오션 전략(Kim & Mauborgne, 2005): 내부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 경계를 재정의하여 새로운 가치곡선을 창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