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략 계획에서 생태계 구축까지, 주요 학파의 흐름과 시사점
‘어디에서 싸울 것인가(Where to play)’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How to win)’를 거쳐,
이제는 ‘변화 속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어떻게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로 진화해 왔다.
오늘의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이론들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하는 전략적 다원주의다.”

현대 경영전략론의 출발점은 1960년대 알프레드 챈들러(Alfred Chandler)와 이고르 앤소프(Igor Ansoff)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챈들러는 1962년 Strategy and Structure에서 “기업의 조직 구조는 전략의 산물”이어야 한다는 명제를 제시하며, 장기적 목표와 자원 배분 계획이 경영의 핵심임을 밝혔다.
앤소프는 1965년 Corporate Strategy를 통해 SWOT 분석의 원형과 앤소프 매트릭스(기존/신규 시장 × 기존/신규 제품)를 제시했다. 이 시기 전략론의 핵심 질문은 “어떻게 최적 전략을 계획할 것인가”였으며, BCG 매트릭스 등 포트폴리오 분석 도구가 주요 경영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과도한 분석주의로 인해 급변하는 환경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1970년대 오일쇼크와 시장 변동성 확대와 함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는 1979년 Harvard Business Review에 「How Competitive Forces Shape Strategy」를 발표하며 5 Forces 모델을 세상에 소개했다. 핵심 테제는 “어느 산업에 진입하느냐, 그 안에서 어떤 포지션을 선점하느냐”가 기업의 수익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신규 진입 위협·공급자 교섭력·구매자 교섭력·대체재 위협·기존 경쟁자 간 경쟁 강도라는 5가지 세력이 산업 평균 수익률을 결정하며, 기업은 원가 우위(Cost Leadership)·차별화(Differentiation)·집중화(Focus) 중 하나의 본원적 경쟁전략(Generic Competitive Strategy)을 명확히 선택해야 한다. 1985년에는 가치사슬(Value Chain) 분석으로 내부 활동 분석까지 이론을 확장했다.
다만 정태적 분석(static analysis)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시장이 고정된 상황을 가정하는 경향이 있어 디지털 전환기의 역동성을 포착하기 어렵고, 기업 내부 역량을 분석에서 제외하며, 플랫폼 기업처럼 구매자와 판매자 두 집단을 동시에 연결해 수익을 내는 구조(카카오·구글·아마존 등)는 5 Forces의 틀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1990년 게리 해멀(Gary Hamel)과 C. K. 프라할라드(C. K. Prahalad)는 「The Core Competence of the Corporation」을 발표하며 경쟁우위의 원천을 외부에서 내부로 전환시켰다. “경쟁우위는 외부 산업 구조가 아닌 기업 내부의 독특한 역량에서 비롯된다”는 이 주장은 포터의 외부 환경 중심 관점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은 ① 광범위한 시장에 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② 고객 혜택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며, ③ 경쟁자가 모방하기 어려워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제이 바니(Jay Barney)의 VRIN 프레임워크— 가치성(Valuable)·희소성(Rare)·모방불가성(Inimitable)·비대체성(Non-substitutable)—는 이 이론의 학문적 토대를 확립했다. 해멀·프라할라드는 현재 자원의 한계를 넘어서는 야심찬 목표 설정인 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와 핵심역량을 다양한 사업 영역에 응용하는 역량 레버리지 개념도 제시했다.
단, 기존 역량에 집착하다 파괴적 혁신에 뒤처지는 ‘역량 함정(Competency Trap)’의 위험을 내포하며, 동태적 환경에서 자원 자체가 빠르게 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INSEAD의 김위찬(W. Chan Kim)과 르네 마보안(Renée Mauborgne)은 1997년 Harvard Business Review에 발표한 「Value Innovation: The Strategic Logic of High Growth」에서 가치혁신 개념을 처음 소개하고, 2005년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으로 이론을 체계화했다. 기존 경쟁자들이 한정된 수요를 놓고 싸우는 레드오션(Red Ocean)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미개척 시장 공간 블루오션(Blue Ocean)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핵심 개념은 원가 절감과 구매자 가치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이다.
실무 도구로는 ERRC 프레임워크— 제거(Eliminate)·감소(Reduce)·증가(Raise)·창조(Create)—와 경쟁 요인별 제공 수준을 시각화하는 전략 캔버스(Strategy Canvas), 잠재 수요를 발굴하는 비고객(Non-customers) 분석이 제시되었다. 논문에서 제시된 대표 사례는 CNN(24시간 뉴스로 새 시장 창출), Accor의 Formule 1 호텔(저가 숙박의 핵심 요소만 남긴 혁신) 등이며,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와 닌텐도 Wii도 후속 저작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블루오션도 시간이 지나면 경쟁자 유입으로 레드오션화되는 지속성 문제, 사후적 성공 사례 분석에 편향된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의 위험, 높은 실행 난이도가 이 이론의 주요 한계로 지적된다.
맥길 대학교의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포터의 계획 중심 전략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 이론을 발전시켰다. 실제 경영에서 구현되는 실현된 전략(Realized Strategy)은 경영진이 사전에 설계한 의도된 전략(Intended Strategy)뿐 아니라, 계획하지 않았으나 조직의 학습과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창발된 전략(Emergent Strategy)의 합성임을 강조했다.
민츠버그의 5P 전략 모델— Plan(계획)·Pattern(패턴)·Position(포지션)·Perspective(관점)·Ploy(책략)—은 전략의 다면성을 강조하며, ‘전략 수립(Formulation)’이 아닌 ‘전략 형성(Strategy Formation)’이라는 개념으로 전략을 학습과 진화의 과정으로 재정의했다. 중간관리자와 현장의 역할을 조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의 주체로 격상시킨 점도 중요한 기여다.
이 이론은 과도한 계획주의로 인한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에 유효한 처방을 제시하나, 계획과 창발의 적절한 비율에 대한 명확한 처방이 부족하고, 전략 방향성이 모호해질 경우 조직 집중력이 분산될 위험이 있다는 한계도 있다.
데이비드 티스(David Teece)·게리 피사노(Gary Pisano)·에이미 쉔(Amy Shuen)이 1997년 발표한 동태적 역량론(Dynamic Capabilities Theory)은 자원기반관점(RBV: Resource-based View)의 정태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핵심 주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 경쟁우위는 특정 자원이나 역량이 아닌, 그것을 통합·구축·재구성하는 능력 자체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동태적 역량은 세 가지 핵심 능력으로 구성된다. 환경 변화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감지(Sensing), 기회를 잡기 위해 자원을 동원하고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포착(Seizing), 시장 변화에 맞춰 자원과 역량을 재구성하는 변환(Transforming/Reconfiguring)이다. 애플·아마존·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지속적 혁신을 설명하는 가장 유효한 프레임으로 평가된다.
2010년대 이후 디지털 경제의 부상과 함께 플랫폼·생태계 전략(Platform & Ecosystem Strategy)이 경영전략의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아이젠만(Eisenmann)·파커(Parker)·반 알스타인(Van Alstyne)의 연구를 통해 체계화된 이 전략론의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 서로 다른 사용자 그룹 간의 가치 교환을 중개하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s), 파트너·공급자·개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생태계를 설계·운영하는 생태계 오케스트레이션(Ecosystem Orchestration), 그리고 선점 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승자독식(Winner-take-all)이 핵심 메커니즘이다.
단, 독점 이슈와 규제 리스크, 각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가 이 전략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전략론 각각의 이론은 각자 이론적 타당성과 실질적 효용성이 있는 한편, 어느 한 이론이 모든 시대와 모든 상황에 완전하게 들어 맞을 수도 없다. 포터의 5 Forces 이론은 기업 내부의 역량과 자원을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핵심역량이론은 역량 함정(Competency Trap)의 위험을 내포하며, 블루오션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레드오션화의 숙명을 피하지 못한다. 각 패러다임 전환은 이전 이론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에서 시작되었고, 이것이 경영전략론을 살아있는 학문으로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과 정부 리더들에게 이 이론들의 흐름은 단순한 학문적 지식이 아니다. 삼성·현대·SK 등 리딩기업들이 유망한 산업을 모색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을 축적했고, 카카오·네이버 등은 플랫폼·생태계 전략으로 경쟁 지형을 재편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K-바이오·K-콘텐츠·K-방산 등은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한 실험 중이다. 각 이론을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전략 도구’로 활용하는 역량이 한국 리더들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AI·디지털 전환 가속화 국면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동태적 역량론의 3요소다. 환경 변화를 감지(Sensing)하고, 기회를 신속히 포착(Seizing)하며, 조직 자원을 과감히 변환(Transforming)하는 능력— 이 세 가지가 리딩 기업들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자원이 있어도 변환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되고, 변환하는 조직이 살아남는 것이 디지털 전환 시대의 냉혹한 법칙이다.
민츠버그의 창발적 전략이 던지는 메시지 역시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오늘 더욱 유효하다.
치밀한 사전 계획보다 현장의 학습과 적응 역량이 중요한 시대임을 인식하고, 중간관리자와 현장의 창의성을 전략 형성 과정에 통합하는 조직 문화가 한국 기업들에게 필요한 변화 중 하나다.
경영전략 이론의 역사는 시대적 경영 과제에 대한 학자들의 지적 응답의 역사이기도 하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심화되는 AI·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기존 이론들이 더욱 빠르게 재해석되고 확장될 것이다.
앞으로의 경영전략은
①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전략 수립의 고도화,
② 지속가능성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통합,
③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탄력적 전략,
④ 인간-AI 협업 체계 하에서의 조직 역량 재정의
라는 새로운 과제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포터의 산업구조 분석, 프라할라드의 역량 구축, 김위찬·마보안의 혁신 창출, 민츠버그의 유연한 학습, 티스의 동적 변환 역량— 이 모든 지혜를 내재화하고 상황에 맞게 구사할 수 있는 역량 자체가, 21세기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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