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국가 부채 40조 달러, G7의 재정 딜레마
재임 중 팬데믹 대응을 위한 대규모 지출을 집행했고, 이후에는 지출을 다시 줄여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Bloomberg TV의 Wall Street Week 리포트에서는 특파원 자격으로 아래 인물들을 취재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정부 총부채가 사상 처음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부채 문제를 겪는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막대한 돈을 빌려왔고, 지금 갚을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더 나쁜 대가를 치르며 갚을 것인지 어려운 선택 앞에 놓여 있다.
* 편집자 주: 40조 달러는 원화로 환산하면 약 5경 5,600조 원, 미국 인구로 나누면 1인당 약 1억 6,000만 원에 해당한다. (출처: 미 재무부, 2026년 8월)
오늘날 G7 국가 중 두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국방비보다 국가부채 이자 상환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급증하는 부채로 채권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국채 시장은 이제 정부 재정을 묶어두는 닻, 즉 커다란 제약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 편집자 주: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26년 9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2026.9.10 기준 5.36%대). 2026회계연도 국가부채 이자 비용은 약 1조 달러(약 1,446조 원)로 국방예산(약 8,500억 달러)을 넘어설 전망이다. (출처: 미 의회예산국(CBO),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 연합뉴스)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빈 브룩스는 2020~2021년의 동시다발적 부채 확장이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지금 채권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일부는 그 실험에 대한 청구서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스위스·스웨덴처럼 GDP 대비 부채 비율을 30~40% 수준으로 관리해온 나라는 글로벌 시장이 선호하는 안전자산으로 남아 있다.
* 편집자 주: 2026년 기준 주요국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IMF·각국 발표 종합) — 일본 약 255%, 이탈리아 약 151%, 미국 약 134%, 독일 약 60%, 네덜란드 약 40%, 한국 약 51.6%(국가채무 D1, 예산 기준) 또는 약 54.5%(일반정부부채 D2, IMF 기준·국제 비교용).
2022년 네덜란드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된 시흐리트 카흐는 팬데믹 이후 지출을 다시 줄이는 역할을 맡았다. 네덜란드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을 약 40% 수준으로 관리하며 AAA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카흐는 교육·녹색 전환 같은 미래 투자를 지속하려면 검소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21~2024년 독일 재무장관을 지낸 크리스티안 린트너는 위기 자체보다 위기 관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재정을 파탄 낸다고 지적한다. 독일은 부채 비율을 약 60% 수준으로 관리해왔지만, 2020년대 말까지 재정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AAA 신용등급을 잃을 위험에 놓여 있다.
카흐와 린트너, 그리고 캐나다의 프릴랜드까지 — 재정 건전성을 지킨 재무장관들은 결국 재임에 실패했거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장클로드 융커(전 룩셈부르크 총리, 전 EU 집행위원장 - 편집자 주)의 말처럼 "올바른 일은 알지만, 한 뒤 어떻게 당선될지는 모른다" 는 유인 구조가 정치권에 강하게 작동한다. 적자 지출 이후 다시 긴축으로 돌아가는 단계가 대다수 주요국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번 리포트의 핵심 진단이다.
우리는 지금 어느 나라의 경로를 따라가고 있을까.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D1)은 2025년 결산 기준 49.0%까지 오른 데 이어, 2026년 예산 기준 51.6%로 처음 50%대에 안착할 전망이다. 국제 비교에 쓰이는 일반정부 부채(D2,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포함) 기준으로는 이미 더 높아서, IMF는 2026년 한국의 D2 비율을 약 54.5%로, 2030년에는 약 60%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 편집자 주 — 한국 국가채무비율(D1, GDP 대비, 결산·예산 기준) 최근 추이: 2020년 43.8% → 2021년 46.9% → 2022년 49.6% → 2023년 50.4%(첫 50% 돌파) → 2024년 46.0%(통계청 GDP 기준연도 개편으로 분모가 커지며 일시 하락) → 2025년 49.0%(잠정) → 2026년 51.6%(예산 기준). 국제 비교용 일반정부부채(D2, IMF 기준)로는 2026년 약 54.5%, 2030년 약 60% 전망. (기획재정부 국가결산보고서, 2025~2029 국가재정운용계획, IMF 재정점검보고서 2026.4 기준)
절대 수준만 보면 미국(134%)이나 일본(255%)에 비해 한국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증가 속도다. 한국은 2020년 43.8%에서 2026년 51.6%로 6년 새 7.8%포인트 올랐고, 특히 2025년 한 해에만 3.0%포인트가 뛰며 코로나19 시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 비교 기준인 D2로 보면 비기축통화국 가운데 상승 속도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세수 기반 약화와 복지 지출 확대가 구조적으로 겹쳐 있어, 스위스·스웨덴형보다는 오히려 미국·G7형 궤적에 가깝다.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정치적 유인이다. 카흐와 린트너의 사례처럼, 선거 주기가 짧고 대중적 반발이 큰 정치 환경에서는 긴축을 이끈 리더가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쉽지 않다. 한국도 5년 단임 대통령제와 선거마다 반복되는 확장적 재정 공약이라는 비슷한 구조를 안고 있다. 국채 금리가 아직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정 여력을 낙관하는 것은, 위기 이전에는 아무도 걱정하지 않다가 위기 이후에야 강제로 조정당하는 패턴을 반복할 위험이 있다.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져 복지·교육·R&D 등 다른 분야에 사용할 재정 여력이 줄어들며, 향후 세금 인상이나 정부지출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또한 국채 이자율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 대출을 포함한 경제 전반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를 옥죄는 강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인기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정부 부채 비율 상승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지금 마련해두는 편이, 나중에 시장의 충격으로 강제 조정당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
본문 중 '편집자 주'로 표시된 원화 환산액, 국채금리 동향, 주요국 및 한국의 부채비율 수치는 방송 원문에 없는 참고용 자료로, 미 재무부·의회예산국(CBO)·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기획재정부·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바탕으로 편집자가 별도로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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