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어떻게 다시 세계 시장을 장악했는가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무역·국제경제 관련 요직을 역임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중국의 무역·산업 정책, 국제 자본흐름과 환율,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가장 밀착 추적하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진행자: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 —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겸 팟캐스트 진행자. 미국 정치·경제 이슈를 다루는 'The Ezra Klein Show'를 진행하며, 정책·경제 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2년 전후로 나타난 차이나 쇼크 1.0은 가구·가전·의류 등 저부가가치 제조업 수출이 급증하며 미국 중서부·남부 지역경제를 강타한 사건이었다. 공장 폐쇄, 지역 부동산 가격 하락, 상권 위축이 이어졌고, 훗날 연구자들은 중국 수출 노출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절망사(deaths of despair)"가 늘고 정치 지형까지 변화했음(트럼프 지지)을 확인했다.
차이나 쇼크 2.0은 2021년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에서 시작됐다. 시진핑 주석이 부동산 부문 과잉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3대 레드라인" 정책으로 금융을 조인 결과,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됐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은행 시스템은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으로 투자를 재배분했고, 특히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문("취약점")에 자금이 집중됐다.
그 결과 중국 경제는 다시 순수출 중심 성장으로 회귀했다. 내수 성장이 3~4%대인 반면 순수출이 1.5~2%포인트의 추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며, 배터리와 터널 굴착기 등 중공업 기계류 전반에서 수출이 급증했다.
셋서에 따르면 중국의 개인소득세 비중은 GDP의 약 1%에 불과하다(미국은 8%). 재분배와 사회안전망에 쓸 재원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제도적 부재도 있다. 소비세 중심의 역진적 조세 체계로 저소득 노동자에게 부담이 집중되고, 후커우(호적) 제도로 전국 단일 노동시장이 부재해 이주 시 사회적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구조도 여전하다.
금융시스템이 국가 통제 하에 있으며, 국영은행에 대한 예금이 저축의 주된 형태다. 국가는 신용 배분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 등 정책 목표를 추진한다. 항공·통신·대두 구매 등 경제의 핵심 부문은 국유기업 및 국가 독점체에 의해 좌우되며, 지방정부 간 경쟁적 산업 지원(보조금, 지분 참여, 은행 대출 알선) 구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부유해졌지만 의료·연금 등 보편적 사회보험에는 그 부를 크게 투입하지 않고, 생산·혁신 부문에 재투자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월 수십 달러 수준으로, GDP 대비 저축률이 40%를 넘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수준이다.
셋서는 트럼프 1기의 방향성이 "대체로 옳았다"고 평가한다. WTO 규범이 오히려 미국을 옭아매는 제약이 되었다는 인식 아래, 대중 관세가 합리적인 부문에 집중됐고, 첨단 반도체 등 전략기술 수출 통제도 강화됐다는 것이다. 다만 희토류·필수의약품 원료 등 다른 취약 분야에는 충분한 실행이 뒤따르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산업정책을 시도했지만 라이트하이저(트럼프 1기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 편집자 주)식 접근보다는 후퇴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2기는 관세를 145%까지 급격히 인상했다가 결국 롤백 협상이 불가피해졌다. 캐나다산 친환경 알루미늄에까지 고관세를 부과하는 등 비합리적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최고 관세는 동남아산 저가 생활용품(사실상 "월마트 관세")에 집중됐고, 전자·반도체는 데이터센터 건설 논리로 예외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다.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 규모는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았고, 대미 수출용 최종 조립만 베트남·대만·멕시코 등으로 이전됐을 뿐 핵심 부품은 여전히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
클라인과 셋서는 지금까지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지켜온 영역—플랫폼,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AI—에서도 중국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은 저비용이면서도 성능 면에서 미국에 근접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의 막대한 데이터센터·GPU 투자가 그만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반도체 수출 통제를 둘러싼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 셋서는 중국의 목표가 칩 설계부터 제조 장비까지 전체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복제해 프론티어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특정 칩 하나를 주고 안 주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부문에서는 신중해야 하며, 자칫 모델과 칩 모두에서 중국에 대한 대중 의존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셋서는 안보 동맹을 경제 동맹으로 확장해 북미+유럽 규모의 공동 시장을 형성함으로써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EV·자석·부품 공급망을 구축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국 의존 확대는 불가피하지 않다"는 입장이나, 이를 피하려면 상당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도 함께 강조한다.
이번 편이 그리는 차이나 쇼크 2.0의 구조는 한국 산업계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태양광·조선·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정확히 중국이 국가 신용을 집중 투입해온 바로 그 영역과 겹친다. 초고율 저축을 국가가 산업 자본으로 전환하는 중국식 모델은 시장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격·물량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이 에피소드는 관세만으로는 이 구조를 되돌릴 수 없다는 진실도 확인시켜준다. 미국이 145%까지 관세를 올려도 무역 불균형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관세 방어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결국 본원적 경쟁력은 기술 격차와 산업 생태계에서 나오며, 정부의 산업정책 역시 보조금 지급을 넘어 인력·기술·클러스터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셋서가 제시하는 "안보 동맹을 경제 동맹으로 확장"하는 구상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좌표를 제공한다. 한미 동맹, 한·EU 관계를 단순 안보·외교 프레임을 넘어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전략 산업의 공동 표준·공급망 구축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향후 협상력의 관건이 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일방적으로 편입되는 것과 자국의 산업 주권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대목은 차이나 쇼크 3.0, 즉 AI·소프트웨어 전선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산업정책 논의는 주로 제조업 경쟁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저비용·고성능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의 부상은 소프트웨어·플랫폼 영역에서도 유사한 구조적 잠식이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기술과 경쟁력 우위가 영원하지 않다는 이번 에피소드의 근본 메시지는, 차세대 전략산업(반도체 이후) 조기 발굴과 육성이 정부·기업 모두에게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인용된 개인 및 기관의 견해는 비즈앤프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중국은 어떻게 다시 세계 시장을 장악했는가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무역·국제경제 관련 요직을 역임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중국의 무역·산업 정책, 국제 자본흐름과 환율,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가장 밀착 추적하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진행자: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 —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겸 팟캐스트 진행자, The Ezra Klein Show(뉴욕타임스 산하 정치·경제 팟캐스트/유튜브 쇼) 진행자.
2002년 전후로 나타난 차이나 쇼크 1.0은 가구·가전·의류 등 저부가가치 제조업 수출이 급증하며 미국 중서부·남부 지역경제를 강타한 사건이었다. 공장 폐쇄, 지역 부동산 가격 하락, 상권 위축이 이어졌고, 훗날 연구자들은 중국 수출 노출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절망사(deaths of despair)"가 늘고 정치 지형까지 변화했음을 확인했다.
차이나 쇼크 2.0은 2021년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에서 시작됐다. 시진핑 주석이 부동산 부문 과잉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3대 레드라인" 정책으로 금융을 조인 결과,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됐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은행 시스템은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으로 투자를 재배분했고, 특히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문(시진핑에게는 "취약점")에 자금이 집중됐다.
그 결과 중국 경제는 다시 순수출 중심 성장으로 회귀했다. 내수 성장이 3~4%대인 반면 순수출이 1.5~2%포인트의 추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며, 배터리와 터널 굴착기 등 중공업 기계류 전반에서 수출이 급증했다.
셋서에 따르면 중국의 개인소득세 비중은 GDP의 약 1%에 불과하다(미국은 8%). 재분배와 사회안전망에 쓸 재원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근로장려세제(EITC) 같은 제도적 부재도 있다. 소비세 중심의 역진적 조세 체계로 저소득 노동자에게 부담이 집중되고, 후커우(호적) 제도로 전국 단일 노동시장이 부재해 이주 시 사회적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구조도 여전하다.
금융시스템이 국가 통제 하에 있으며, 국영은행에 대한 예금이 저축의 주된 형태다. 국가는 신용 배분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 등 정책 목표를 추진한다. 항공·통신·대두 구매 등 경제의 핵심 부문은 국유기업 및 국가 독점체에 의해 좌우되며, 지방정부 간 경쟁적 산업 지원(보조금, 지분 참여, 은행 대출 알선) 구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부유해졌지만 의료·연금 등 보편적 사회보험에는 그 부를 크게 투입하지 않고, 생산·혁신 부문에 재투자하고 있다. 기초연금은 월 수십 달러 수준으로, GDP 대비 저축률이 40%를 넘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수준이다.
셋서는 트럼프 1기의 방향성이 "대체로 옳았다"고 평가한다. WTO 규범이 오히려 미국을 옭아매는 제약이 되었다는 인식 아래, 대중 관세가 합리적인 부문에 집중됐고, 첨단 반도체 등 전략기술 수출 통제도 강화됐다는 것이다. 다만 희토류·필수의약품 원료 등 다른 취약 분야에는 충분한 실행이 뒤따르지 못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산업정책을 시도했지만 라이트하이저식 접근보다는 후퇴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2기는 관세를 145%까지 급격히 인상했다가 결국 롤백 협상이 불가피해졌다. 캐나다산 친환경 알루미늄에까지 고관세를 부과하는 등 비합리적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최고 관세는 동남아산 저가 생활용품(사실상 "월마트 관세")에 집중됐고, 전자·반도체는 데이터센터 건설 논리로 예외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다.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 규모는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았고, 대미 수출용 최종 조립만 베트남·대만·멕시코 등으로 이전됐을 뿐 핵심 부품은 여전히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
클라인과 셋서는 지금까지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지켜온 영역—플랫폼,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AI—에서도 중국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은 저비용이면서도 성능 면에서 미국에 근접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의 막대한 데이터센터·GPU 투자가 그만한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반도체 수출 통제를 둘러싼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 셋서는 중국의 목표가 칩 설계부터 제조 장비까지 전체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복제해 프론티어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특정 칩 하나를 주고 안 주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부문에서는 신중해야 하며, 자칫 모델과 칩 모두에서 중국에 대한 대중 의존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편이 그리는 차이나 쇼크 2.0의 구조는 한국 산업계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배터리·전기차·태양광·조선·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은 정확히 중국이 국가 신용을 집중 투입해온 바로 그 영역과 겹친다. 초고율 저축을 국가가 산업 자본으로 전환하는 중국식 모델은 시장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격·물량 경쟁력을 만들어내며, 이는 한국 기업에게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불리한 링에서 싸워야 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 에피소드는 관세만으로는 이 구조를 되돌릴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도 확인시켜준다. 미국이 145%까지 관세를 올려도 무역 불균형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관세 방어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결국 경쟁력의 본질은 기술 격차와 공급망 재편에서 나오며, 정부의 산업정책 역시 보조금 지급을 넘어 인력·기술·금융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셋서가 제시하는 "안보 동맹을 경제 동맹으로 확장"하는 구상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좌표를 제공한다. 미국·유럽과의 공급망 협력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 기업이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배터리·부품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갈릴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일방적으로 편입되는 것과 자국의 산업 주권을 지키는 것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대목은 차이나 쇼크 3.0, 즉 AI·소프트웨어 전선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산업정책 논의는 주로 제조업 경쟁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저비용·고성능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의 부상은 소프트웨어·플랫폼 영역에서도 유사한 구조적 잠식이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기술 우위가 영원하지 않다는 이번 에피소드의 근본 메시지는, 반도체·배터리에서 확보한 현재의 경쟁력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을 한국 산업계와 정책 당국 모두에게 던지고 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인용된 개인 및 기관의 견해는 비즈앤프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