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영은 만들어진다: 국가의 경쟁력은 천연자원이나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 기업이 끊임없이 혁신해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 다이아몬드가 환경이다: 요소 조건, 수요 조건, 관련·지원 산업, 기업 전략·구조·경쟁이라는 네 요인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맞물릴 때 특정 산업의 세계적 강자가 탄생합니다.
- 경쟁이 최고의 보약: 정부의 보호나 보조금보다 치열한 국내 경쟁과 까다로운 고객이 기업을 더 강하게 단련합니다.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는 ‘현대 경영전략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이 글은 그가 1990년에 펴낸 『국가 경쟁우위(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공급망 재편과 산업정책 경쟁으로 ‘어느 나라에서 무엇을 만드느냐’가 다시 중요한 질문이 된 지금,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처음으로 체계화한 이 책은 다시 읽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BOOK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우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전략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1998년 새 서문 추가판 있음)
저자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초판 1990년 · Free Press
국내판 21세기북스, 문휘창 옮김, 2009년 (KI신서, 1,134쪽)
키워드 다이아몬드 모델 · 클러스터 · 생산성 · 국가 경쟁력
이 글은 책의 주요 내용을 편집자가 요약·정리한 것으로, 책에 나타난 견해는 편집자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이 책이 던지는 질문
왜 어떤 나라는 특정 산업에서 세계를 이끌고, 다른 나라는 그렇지 못할까요? 작은 나라 스위스는 제약·초콜릿·무역에서 세계적 기업의 본거지가 되었고, 스웨덴은 대형 트럭과 광산 장비에서, 이탈리아는 신발과 타일에서 강자입니다. 토지·노동·천연자원 같은 생산요소의 부존량으로 무역을 설명하는 기존의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이론으로는 이런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은 그 답을 찾기 위해 10개 무역국과 100개가 넘는 산업을 4년 동안 조사한 결과입니다. 대상국은 덴마크,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으로, 1985년 기준 세계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각국 출신을 중심으로 한 30여 명의 연구진이 같은 방법론으로 1971·1978·1985년 세 시점의 경쟁력 있는 산업을 파악하고, 산업마다 경쟁우위가 생기고 사라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추적했습니다.
국제 경쟁력의 기준은 이익률 같은 지표가 아니라 여러 나라로의 상당하고 지속적인 수출, 또는 본국에서 쌓은 역량에 기반한 해외 투자입니다. 천연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은 고전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어 분석에서 제외했습니다.
『경쟁전략』과 『경쟁우위』가 기업 차원의 분석이었다면, 이 책은 시야를 국가로 넓힌 전략 3부작의 완결편입니다. 전체는 4부 13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서론(제1장):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
- 제1부 연구의 기초(제2~4장): 글로벌 산업에서 기업의 경쟁우위, 국가 경쟁우위의 결정요소와 그 동태성
- 제2부 산업(제5~6장): 네 가지 산업 사례 연구, 서비스산업의 국가 경쟁우위
- 제3부 국가(제7~10장): 전후 초기의 승자, 1970·80년대의 신흥국, 국가 우위의 변천, 국가경제의 경쟁적 발전
- 제4부 함의(제11~13장): 기업 전략, 정부 정책, 국가별 어젠다
2.경쟁력의 진짜 의미: 생산성과 홈 베이스
국가 경쟁력은 널리 쓰이지만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은 개념입니다. 흔히 거론되는 원인들에는 모두 반례가 있습니다. 일본·이탈리아·한국은 재정적자 속에서도, 독일·스위스는 통화 강세 속에서도, 이탈리아·한국은 높은 금리 속에서도 생활 수준이 빠르게 올랐습니다. 독일·스위스·스웨덴은 높은 임금과 인력난 속에서 번영했고, 독일·일본·스위스·이탈리아·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한데도 성공했습니다.
1.경쟁하는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
세계 시장에서 실제로 경쟁하는 것은 기업입니다. 국가 수준에서 의미 있는 경쟁력 개념은 생산성(productivity) 하나뿐이며,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은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생산적으로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무역흑자 자체나 저임금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경쟁력의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수가 아니라 종류입니다.
2.세계화될수록 커지는 ‘홈 베이스’의 역할
홈 베이스(home base)는 기업의 전략이 정해지고, 핵심 제품·공정 기술이 만들어지며, 가장 생산적인 일자리와 고급 기술이 자리한 나라입니다. 주주의 국적은 부차적입니다. 경쟁의 기반이 지식의 창출과 흡수로 옮겨 가면서 국가의 역할은 오히려 커졌습니다. 경쟁우위는 고도로 지역적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3.혁신과 끊임없는 업그레이드
기업은 혁신으로 경쟁우위를 얻습니다. 여기서 혁신은 새로운 기술뿐 아니라 새로운 일하는 방식까지 포함하며, 대부분 작은 개선이 쌓인 결과입니다. 거의 모든 우위는 모방될 수 있으므로 우위를 지키는 유일한 길은 더 정교한 우위로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 사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작고 값싼 소형차와 낮은 인건비로 해외 시장에 진입한 뒤, 대규모 공장 투자, 적기생산(JIT) 같은 공정 혁신을 거쳐 고급 브랜드로 올라섰습니다. 경쟁자가 자신의 우위를 낡게 만들기 전에 스스로 낡게 만든 것입니다.
- 혁신의 동력: 혁신은 대개 압력과 필요, 때로는 역경에서 나옵니다.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얻을 것에 대한 기대보다 더 강한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다이아몬드 모델: 국가 경쟁우위의 네 가지 결정요인
어떤 나라의 기업은 왜 꾸준히 혁신할 수 있을까요? 답은 한 나라가 자국 산업에 마련해 주는 ‘경기장’의 네 가지 속성에 있습니다. 이 네 속성이 각각, 그리고 하나의 체계로서 이루는 것이 국가 우위의 다이아몬드(diamond)입니다.

1.요소 조건(Factor Conditions)
고전 경제학은 한 나라가 풍부하게 가진 생산요소로 교역 구조를 설명합니다. 그러나 선진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창출되는 것입니다. 단순 노동력이나 원자재 같은 기본 요소는 지식집약 산업에서 우위가 되지 못하며, 일반적인 대졸 인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위를 주는 것은 광학 전문 연구소나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 자본처럼 특정 산업에 고도로 특화된 요소입니다.
- 사례: 덴마크에는 당뇨병 연구·치료에 집중하는 병원이 두 곳 있었고, 이는 인슐린 수출 세계 선두로 이어졌습니다. 네덜란드는 꽃의 재배·포장·운송을 연구하는 최고 수준의 기관을 바탕으로 화훼 수출 1위가 되었습니다.
덜 알려진 통찰은 선택적 요소 열위(selective factor disadvantages)입니다. 비싼 땅값, 인력 부족, 원자재 부재 같은 불리함은 기업을 혁신으로 몰아넣습니다. 공간이 비싼 일본에서 재고를 줄이는 적기생산이 나왔고, 원료·에너지·물류 조건이 모두 불리했던 이탈리아 브레시아 지역 철강업체들은 고철을 원료로 쓰는 소규모 고효율 제철소(미니밀)를 개척했습니다. 다만 불리함이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국내 경쟁과 수요 등 다이아몬드의 다른 조건이 함께 받쳐 주어야 합니다. 높은 인건비에 직면한 미국 가전업체는 생산을 대만 등 아시아로 옮겼지만, 치열한 국내 경쟁을 겪던 일본 업체는 자동화로 노동을 줄여 품질까지 높였습니다.
2.수요 조건(Demand Conditions)
세계화가 진행돼도 국내 수요의 중요성은 줄지 않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국내 시장의 규모보다 성격입니다. 국내 구매자가 세계에서 가장 세련되고 까다로울 때 기업은 높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 개선하고 혁신하며 더 고급 시장으로 나아갑니다.
- 까다로운 구매자: 좁은 집, 덥고 습한 여름, 비싼 전기료라는 조건 속에 사는 일본 소비자 덕분에 일본 기업은 작고 조용하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에어컨을 개척했습니다.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제품이 일본 산업의 강점이 된 배경입니다.
- 앞서가는 수요: 국내 수요가 다른 나라의 수요를 먼저 보여 줄 때도 우위가 생깁니다. 장애인에 대한 스웨덴 사회의 오랜 관심은 관련 산업을 키웠고, 덴마크의 환경주의는 수질오염 방지 장비와 풍력발전기 산업의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 큰 비중의 세분 시장: 일본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건설 장비인 유압 굴삭기는 일본 기업이 국제적으로 강한 몇 안 되는 건설 장비 분야가 되었습니다.
3.관련·지원 산업(Related and Supporting Industries)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공급업체는 좋은 부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더 큰 이점은 가까운 거리에서 정보와 아이디어가 빠르게 오가는 혁신의 협업입니다. 이탈리아의 금·은 장신구 기업이 세계를 이끄는 배경에는 세계 장신구 제조·귀금속 재활용 기계의 3분의 2를 공급하는 이탈리아 기계업체들이 있습니다.
- 공급업체도 글로벌 경쟁자여야: 국내 산업에만 매인 ‘전속’ 공급업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자멸적입니다. 모든 공급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 관련 산업에서 새 산업으로: 스위스 제약 산업은 앞서 세계적이었던 염료 산업에서, 일본의 전자악기 강세는 전통 악기와 가전의 강점이 결합해 나왔습니다.
4.기업 전략·구조·경쟁(Firm Strategy, Structure, and Rivalry)
나라마다 기업이 만들어지고 조직되며 경영되는 방식이 다르고, 그 방식이 산업의 특성과 맞아떨어질 때 경쟁력이 생깁니다. 모든 산업에 통하는 단 하나의 경영 방식은 없습니다.
- 경영 방식: 이탈리아의 강자는 대부분 가족처럼 운영되는 중소기업으로, 집중·맞춤·빠른 변화가 중요한 조명·가구·신발·모직물·포장기계에서 강합니다. 위계적이고 기술 중심인 독일 기업은 광학·화학·복잡한 기계처럼 정밀함이 필요한 분야에서 강합니다.
- 자본시장과 목표: 은행이 주요 주주인 독일·스위스에서는 주식을 장기 보유해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성숙 산업에 강하고, 위험 자본이 풍부하지만 분기 실적을 중시하는 미국은 소프트웨어·바이오 같은 신산업에 강합니다.
- 사회적 위신: 한 나라는 사람들이 존경하는 분야, 영웅이 나오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은행과 제약이 그런 예입니다.
네 요인 가운데 다른 모든 요인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국내 경쟁입니다. 일본에는 공작기계 112개, 반도체 34개, 오디오 25개, 카메라 15개 기업이 경쟁했고, 일본이 세계를 지배한 산업에는 대개 두 자릿수의 경쟁자가 있었습니다. 소수의 ‘국가대표 기업(national champion)’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노리는 통념과 달리, 국내 라이벌과의 경쟁은 개인적 자존심까지 걸린 싸움이 되고 핑계를 댈 여지를 없애며, 결국 기업을 해외 시장으로 밀어냅니다.
4.기회와 정부, 그리고 시스템으로서의 다이아몬드
네 결정요인 밖에는 두 가지 변수가 더 있습니다.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한 사건인 기회(chance), 그리고 네 요인에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 정부(government)입니다. 이들은 다이아몬드를 대신하지 못하고, 다이아몬드를 거쳐서만 작용합니다.
다이아몬드는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까다로운 고객이 있어도 인력 수준이 받쳐 주지 못하면 고급 제품으로 이어지지 않고, 요소 열위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면 혁신을 낳지 못합니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두 힘은 국내 경쟁과 지리적 집중입니다. 경쟁하는 기업들이 한 지역에 모이면 특화된 인력과 연구기관이 생겨나고(캘리포니아 와인 산업과 UC 데이비스의 와인 연구), 국내 수요가 세련되며, 공급 산업이 함께 성장합니다(일본 반도체 기업들과 반도체 장비 산업).
1.사례: 이탈리아 사수올로의 세라믹 타일
1987년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작은 도시 사수올로(Sassuolo) 일대 기업들은 세계 타일 생산의 약 30%, 세계 수출의 약 60%를 차지했습니다. 이 우위는 정적인 조건이 아니라 역동적인 변화에서 나왔습니다.
- 요소 조건: 처음에는 흰 점토 원료와 가마·프레스 같은 설비를 모두 외국에서 들여왔습니다. 기술자들이 독립해 장비 회사를 세우면서 1970년 무렵에는 이탈리아가 세계적인 타일 설비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 수요 조건: 1960년대 중반 이탈리아의 1인당 타일 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1985년 무렵 약 7,600곳의 전문 쇼룸이 국내 판매의 약 80%를 담당할 만큼 유통도 세련되었습니다.
- 관련·지원 산업: 장비, 금형, 유약, 포장, 운송, 디자인 서비스 업체와 지역 대학·연구소가 함께 모였습니다.
- 경쟁: 지역 타일 업체는 1955년 14곳에서 1962년 102곳으로 늘었고, 이웃끼리의 경쟁은 혁신을 빠르게 퍼뜨렸습니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와 인건비 부담 속에서 단일 소성(single firing) 공정이 개발되어 필요 인력은 225명에서 90명으로, 공정 시간은 16~20시간에서 50~55분으로 줄었습니다.
5.클러스터: 경쟁력은 무리 지어 자란다
다이아몬드가 시스템으로 작동한 결과, 한 나라의 경쟁력 있는 산업은 경제 전반에 흩어져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된 클러스터(cluster)를 이룹니다. 구매자와 공급자로 이어진 수직적 관계, 고객·기술·유통 경로를 공유하는 수평적 관계로 묶이며, 지리적으로도 한곳에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 산업이 산업을 낳는다: 일본의 가전 경쟁력은 메모리 반도체로, 계산기·시계에서 쌓은 액정(LCD) 기술은 노트북 컴퓨터의 강점으로 이어졌습니다.
- 이탈리아 신발 클러스터: 가죽 가공, 가죽 가공 기계, 사출성형 기계, 금형, 디자인 서비스가 가죽 신발·스키부츠·운동화·핸드백·가죽 의류 산업과 서로를 떠받칩니다.
- 지역 집중의 예: 이탈리아 아레초·발렌차포의 장신구, 독일 졸링겐과 일본 세키의 칼, 스위스 바젤의 제약, 일본 하마마쓰의 오토바이와 악기.
클러스터 안에서는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고 혁신이 빠르게 퍼지며, 다른 산업에서 들어온 새 진입자가 관성을 깨뜨립니다. 이 개념은 이후 포터 연구를 대표하는 주제가 되었고, 1998년 「클러스터와 새로운 경쟁의 경제학」에서 세계화의 역설로 정리됩니다. 세계 경제에서 오래가는 경쟁우위는 먼 경쟁자가 따라 하기 어려운 지식·관계·동기 같은 지역적인 것에 점점 더 많이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6.국가 경제의 네 단계 발전
산업 단위의 다이아몬드 이론을 국가 경제 전체로 넓히면, 한 나라의 경제가 경쟁우위의 원천에 따라 단계적으로 발전하거나 쇠퇴하는 경로가 드러납니다.
- 요소 주도 단계: 천연자원이나 저렴한 노동력 같은 기본 생산요소에서 우위를 얻습니다.
- 투자 주도 단계: 기업과 국가가 현대적 설비와 해외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요소를 업그레이드합니다.
- 혁신 주도 단계: 다이아몬드 전체가 작동하며, 기업이 스스로 새로운 제품과 공정을 만들어 냅니다.
- 부(富) 주도 단계: 과거에 쌓은 부에 기대면서 투자와 혁신 의지가 약해지고, 경쟁보다 기존 지위 보존을 추구하게 됩니다.
앞의 세 단계는 경쟁우위의 업그레이드와 소득 상승을 동반하지만, 네 번째 단계는 표류와 쇠퇴의 단계입니다. 출간 당시의 한 서평(미국 『Regulation』지, 1990)에 따르면 이 책은 한국을 투자 주도 단계, 일본을 혁신 주도 단계로 분류했고, 연구 대상국 가운데 부 주도 단계로 들어선 나라로는 영국을 꼽았습니다.
7.정부와 기업에 주는 처방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에서 산업을 직접 돕자는 쪽도, 시장에 모두 맡기자는 쪽도 틀렸습니다. 정부의 올바른 역할은 기업이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도록 자극하는 촉매자이자 도전자(catalyst and challenger)입니다. 경쟁력 있는 산업을 만드는 것은 기업이며, 개발 초기 단계를 제외하면 정부의 역할은 직접적이 아니라 간접적입니다.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시간의 차이에 있습니다. 한 산업이 경쟁우위를 쌓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리지만(일본 자동차는 1950년대에 첫 수출을 시작해 1970년대에야 강한 국제적 지위에 올랐습니다), 정치에서 10년은 영원과 같습니다. 그래서 보조금, 보호, 정부 주도 합병처럼 당장 효과가 보이지만 혁신을 늦추는 정책이 선호됩니다.
1.정부를 위한 원칙
- 특화된 요소 창출: 교육·인프라 같은 일반적 투자를 넘어, 산업과 연결된 대학 연구·직업훈련·협회 활동처럼 특화된 요소를 키웁니다.
- 요소·환율 시장 개입 자제: 인위적 통화 약세나 요소 비용 억제는 업그레이드를 늦춥니다. 시장이 비용을 올릴 때 그것을 억지로 되돌리지 않아야 합니다.
- 엄격한 제품·안전·환경 기준: 까다로운 기준은 국내 수요를 고도화합니다. 스웨덴의 엄격한 환경 기준 속에서 아틀라스콥코(Atlas Copco)는 도심에서 쓸 수 있는 저소음 압축기를 만들었습니다.
- 경쟁사 간 직접 협력 제한: 공동연구는 기초 분야에서 독립 기관을 통해 제한적으로만 합니다.
- 강력한 반독점과 규제 완화: 업계 선도 기업 간의 합병·제휴를 허용하지 않고, 진입 통제·가격 고정·국가 독점처럼 경쟁을 막는 규제를 걷어 냅니다.
- 관리무역 거부: 수출입 물량을 나누는 협정 대신 해외 시장 개방을 추구합니다.
2.기업을 위한 과제
- 혁신 압력을 스스로 만들기: 가장 까다로운 고객과 유통 채널을 찾고, 규제보다 높은 기준을 세우며, 가장 앞선 공급업체와 일합니다.
- 유능한 경쟁자를 자극제로: 강한 경쟁자를 존중하고 연구합니다. 국내 라이벌과의 합병보다 해외 성장을 택합니다.
- 조기경보 체계: 앞선 요구를 가진 고객, 새로운 유통 경로, 다른 나라보다 앞선 규제를 살펴 변화를 먼저 읽습니다.
- 자국 다이아몬드 개선: 야마하·가와이·스즈키 같은 일본 악기 업체가 음악 학교를 세워 국내 수요를 키웠듯, 공급업체·고객·인력 기반을 함께 키웁니다.
- 선택적 세계화: 다른 나라의 강점은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외국 기업과의 제휴는 비핵심 활동이나 한시적 용도로 제한하며, 각 사업의 홈 베이스는 혁신에 가장 유리한 나라에 둡니다.
8.이 책 속의 한국
한국은 연구 대상 10개국 가운데 하나였고, 조사한 산업이 한국 총수출의 40%를 넘을 만큼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피아노처럼 덜 알려진 강자 산업도 사례에 포함되었습니다. 한국 기업이 컬러TV와 VCR 대량생산에서 이미 일본 경쟁사를 따라잡았다는 사실은 거의 모든 우위가 모방될 수 있다는 근거로 쓰였습니다.
정부의 산업 표적 육성이 일본·한국의 자동차·철강·조선·반도체를 키웠다는 당시의 통념에 대해서는, 실제 기록이 고르지 않으며 여러 대표 사례도 이미 오래되었다는 반론이 제시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연구 대상국별 과제를 정리하는데, 그 첫머리에 한국을 위한 국가 어젠다가 실려 있습니다.
후속 연구도 한국을 주요 사례로 삼았습니다. 서울대 조동성·문휘창 교수 등은 해외 요인을 더한 ‘일반화된 이중 다이아몬드(generalized double diamond)’ 모델로 한국과 싱가포르를 비교해, 한국은 국내 다이아몬드가 크지만 국제 다이아몬드는 작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출간 20여 년 뒤 스웨덴·한국·미국의 경로를 비교한 2014년 논문은 세 나라 가운데 한국을 가장 두드러진 발전 사례로 평가했습니다.
9.현재적 의의
출간 30여 년이 지난 지금,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과 각국의 산업정책 경쟁 속에서 ‘어디에서 만드느냐’는 질문은 다시 중요해졌습니다. 경쟁력의 원천을 보조금이 아니라 인재·수요·공급망·경쟁이 어우러진 환경에서 찾는 이 책의 관점은 여전히 정책과 전략을 판단하는 유용한 기준이며, 클러스터 개념은 각국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에 널리 쓰이는 틀이 되었습니다. 다만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과 국경을 넘는 디지털 산업을 한 나라의 다이아몬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해외 요인을 더한 이중 다이아몬드 같은 보완 모델과 함께 읽을 만합니다.
“국가의 번영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 마이클 포터,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Harvard Business Review』 1990년 3·4월호 첫 문장 (같은 해 출간된 책의 핵심 명제)
참고 자료
- 에너지경제연구원 전자도서관,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우위』(21세기북스, 2009) 서지·목차」, 2009 — 링크
- Harvard Business Review,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Michael E. Porter)」, 1990 — 링크
- 한국경제, 「[다시보는 경영書] 국가번영 제1요소는 비즈니스 환경이다」, 2009 — 링크
- Harvard Gazette, 「Michael Porter named University Professor」, 2000 — 링크
- Regulation(Cato Institute), 「Injudicious Distortions —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서평」, 1990 — 링크
- HBS Working Knowledge, 「Porter's Perspective: Competing in the Global Economy」, 1998 — 링크
- Cho & Moon, World Scientific, 「From Adam Smith to Michael Porter: Evolution of Competitiveness Theory」, 2000 — 링크
- Competitiveness Review, 「The Competitive Advantage of Nations 20 years later: the cases of Sweden, South Korea and the USA」, 2014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