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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는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가?” – 피터 드러커의 『이노베이터의 조건』

  • 사회는 만드는 것: 사회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으며, 개인에게 위치와 역할을 주고 권력이 정통성을 가질 때에만 제대로 기능합니다.
  • 지식이 중심인 사회: 20세기 변화의 본질은 지식 사회와 조직 사회의 출현이며, 이제 공동체와 시민성은 기업도 정부도 아닌 사회 섹터가 채워야 합니다.
  • 분석에서 지각으로: 전환기에는 부분을 쪼개는 분석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체의 형태를 보는 지각과 평생에 걸친 배움이 필요합니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경영학자이기 전에 스스로를 ‘사회생태학자’라 부른 사회 사상가였습니다. 이 글은 60여 년에 걸친 그의 저작 가운데 사회·경제·정치·지식에 관한 글을 골라 엮은 『이노베이터의 조건』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인구 구조와 기술, 국제 질서가 동시에 흔들리는 지금, “무엇이 진짜 변화이고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 이 책은 25년 전보다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노베이터의 조건』 표지

BOOK

이노베이터의 조건

イノベーターの条件: 社会の絆をいかに創造するか (영문 선집 The Essential Drucker on Society)

저자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 우에다 아쓰오(上田惇生) 편역
초판 2000년 · 다이아몬드사(일본)
국내판 청림출판, 이재규 옮김, 2001년 (개정판 2013년)
키워드 지식 사회 · 사회 섹터 · 메가스테이트 · 계속 학습

이 글은 책의 주요 내용을 편집자가 요약·정리한 것으로, 책에 나타난 견해는 편집자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

ABOUT THE AUTHOR

피터 드러커 (Peter Ferdinand Drucker, 1909~2005)

경영 사상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 1909년 오스트리아 빈 출생, 193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국제법·공법 박사
  • 1937년 미국 이주, 1950~1971년 뉴욕대학교 경영학 교수, 1971년부터 클레어몬트 대학원 교수
  • 1959년 ‘지식 근로자(knowledge worker)’ 개념 처음 제시
  • 대표 저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1954),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The Effective Executive)』(1967)
  • 2002년 미국 대통령 자유 메달 수훈, 2005년 11월 클레어몬트 자택에서 별세

1.이 책이 던지는 질문

『이노베이터의 조건』은 우에다 아쓰오(上田惇生)가 엮은 세 권짜리 드러커 선집의 ‘사회’ 편입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이 개인을, 『변화 리더의 조건』이 조직과 경영을 다뤘다면, 이 책은 그 둘을 품는 사회 전체를 다룹니다. 『경제인의 종말』(1939)과 『단절의 시대』(1969), 『새로운 현실』(1989),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1993) 등에서 핵심 장을 골랐습니다. 국내에는 2001년 ‘피터 드러커의 21세기 비전’ 시리즈 제3권으로 나왔고, 2013년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일본판 부제는 “사회의 유대를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입니다. 제목의 ‘이노베이터’는 신제품을 만드는 기업가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낡은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사회가 형태를 갖춰 가는 전환기에, 사회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책의 질문은 이렇습니다. 20세기에 일어난 일 가운데 무엇이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있으며, 그 사회는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가.

책은 네 부와 부록으로 구성됩니다. 격동의 전환기에 있는 사회(제1부), 단절 이후의 경제(제2부), 모색하는 정치(제3부), 질문받는 지식과 교육(제4부)을 차례로 살핀 뒤,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에 관한 에세이로 끝을 맺습니다.

2.사회는 저절로 존재하지 않는다

제1부는 사회가 기능하기 위한 조건에서 출발합니다. 사회는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며, 조건이 무너지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대안에 끌려갑니다. 드러커가 1930년대 유럽에서 직접 목격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사회가 기능하는 조건과 지식 사회의 새로운 과제 (출처: 『이노베이터의 조건』 제1부 / 도식은 “Biz & Pro 재구성”)

1.위치, 역할, 정통성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무너지면 사회는 개인에게 아무 의미도 주지 못하는 군중의 집합으로 바뀝니다.

  • 위치(status): 한 사람 한 사람이 사회 안에서 자기 자리를 갖습니다.
  • 역할(function): 각자가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맡습니다.
  • 정통성(legitimacy):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이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를 갖습니다.

2.경제 지상주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

19세기 이후 유럽은 경제적 성공이 자유와 평등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부르주아 자본주의와 마르크스 사회주의는 서로 반대편에 섰지만, 둘 다 인간을 무엇보다 경제적 존재로 보았다는 점에서 같았습니다. 대공황 속에서 두 체제가 모두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절망한 대중은 이성도 경제도 아닌 ‘기적’을 약속한 파시즘으로 향했습니다. 『경제인의 종말』이 분석한 전체주의의 뿌리입니다.

3.20세기 변화의 본질: 지식 사회와 조직 사회

20세기만큼 사회가 빠르고 근본적으로 바뀐 세기는 없었습니다. 농민이 사라지고, 산업 노동자가 급증했다가 다시 줄었으며, 그 자리를 지식 근로자가 채웠습니다. 이것이 20세기 변화의 본질입니다.

1.지식 사회의 출현

지식 근로자는 본질적으로 전문가입니다. 지식은 전문화될 때 성과를 내지만, 전문화된 지식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식 사회는 서로 다른 지식을 결합하는 조직을 필요로 하고, 조직을 움직이는 경영이 사회의 중심 기관이 됩니다. 지식은 머릿속에 있어 가지고 다닐 수 있으므로, 지식 사회는 이동성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이기도 합니다.

2.다원 사회에서 조직의 원리

현대 사회는 기업, 병원, 학교, 노동조합처럼 각자 한 가지 목적을 가진 수많은 조직으로 이루어진 다원 사회입니다. 조직은 자기 사명에 집중할 때 성과를 냅니다. 동시에 조직은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므로 기존 공동체를 흔드는 힘이기도 합니다. 각 조직은 자기 역할에 충실하되, 자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4.기업가 사회와 사회 섹터

변화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는 혁신이 예외가 아니라 정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 마을, 교구 같은 전통적 공동체가 사라진 자리를 채울 새로운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1.기업가 사회의 도래

기업가 사회에서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공공 기관도 혁신을 일상적인 일로 삼아야 합니다. 정부 정책 역시 낡은 것을 정기적으로 폐기하는 원칙을 갖춰야 합니다. 개인에게는 한 번 배운 것으로 평생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계속 배우는 것이 일상이 됩니다.

2.NPO는 왜 성공했는가

미국의 비영리 조직은 기업과 정부에 이은 세 번째 영역, 곧 사회 섹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은 사명에서 출발하고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서 정부보다 나은 성과를 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섹터가 자원봉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동체와 시민성을 되돌려 준다는 점입니다. 지식 근로자는 일과 조직, 자기 전문 분야를 넘어서는 의미 있는 관계와 공헌을 필요로 하고, 사회 섹터가 그 자리를 제공합니다.

5.단절 이후의 경제

제2부는 경제가 더 이상 과거의 연장선 위에 있지 않다는 진단입니다. 1960년대 말 『단절의 시대』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 세계 경제, 조직 사회, 지식이라는 네 가지 단절을 예고했습니다. 경제를 과거의 추세로 예측하던 ‘연속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1986년의 진단은 더 구체적입니다. 세계 경제는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변했다”는 것입니다. 세 가지 구조 변화가 그 근거입니다.

  1. 원자재 경제와 산업 경제의 분리: 원자재 가격이 폭락해도 선진국 산업 경제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2. 생산과 고용의 분리: 제조업 생산은 늘어도 육체 노동자 고용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경쟁 요인으로서 인건비의 비중도 작아집니다.
  3. 무역보다 자본 이동: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이 아니라 국경을 넘는 자본의 움직임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국가 경제는 더 이상 독립적인 단위가 아니며,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이론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새로운 현실에 맞춰 행동해야 합니다.

6.모색하는 정치

제3부는 정치가 새로운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를 살핍니다. 출발점은 사상의 문제이고, 도착점은 오늘날의 국가가 마주한 한계입니다.

1.이성 숭배와 보수주의적 개혁

인간의 이성으로 완전한 사회를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은 루소 이래 유럽 정치사상의 큰 흐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절대적 이성을 내세우는 정치는 결국 그 이성을 독점한 소수의 전체주의로 흐르기 쉽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은 과거로 돌아가는 반동이 아니라, 기존 제도에서 출발해 필요한 만큼씩 고쳐 나가는 보수주의적 개혁의 원리입니다. 같은 이유로 사회 문제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으며, 여러 해법을 시험하고 고쳐 가야 합니다.

2.이해관계 연합의 종말과 메가스테이트

20세기 정치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집단들의 연합으로 움직였습니다. 지식 사회에서는 이런 연합이 힘을 잃고, 정치는 새로운 쟁점을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한편 국민국가는 복지 국가, 재정으로 경제를 관리하는 재정 국가, 냉전 국가를 거치며 거대한 메가스테이트(megastate)로 비대해졌습니다. 그러나 큰 정부가 기대만큼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며, 정부는 무엇을 직접 하고 무엇을 다른 주체에게 맡길지 다시 정해야 합니다.

3.고령자가 정치를 움직인다

고령화와 연금 제도의 확대는 정치의 무게중심을 바꿉니다. 연금을 받는 고령층이 가장 크고 결집력 있는 유권자 집단이 되면서, 연금과 정년, 세대 간 부담 배분이 정치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7.질문받는 지식과 교육

제4부는 지식 사회의 중심 자원인 지식 자체와, 지식을 만들어 내는 교육으로 돌아옵니다.

1.지식의 정치학

지식은 개인을 수양하는 목적에서 성과를 내는 수단으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지식이 힘이 된 만큼 어떤 지식에 우선순위를 둘지는 정치적인 선택이 되었고,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만큼 무거운 책임과 윤리가 따릅니다.

2.학교가 극적으로 바뀐다

학교는 높은 수준의 기초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학생 각자의 강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졸업으로 배움이 끝나지 않으므로, 성인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계속 학습이 필수가 됩니다. 학교가 교육을 독점하던 시대도 끝나 가고, 기업과 다양한 기관이 교육의 주체로 나섭니다.

3.분석에서 지각으로

데카르트 이래 근대의 세계관은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생태계처럼 전체가 부분의 합이 아닌 세계에서는 전체의 형태를 한눈에 알아보는 지각이 분석만큼 중요합니다. 정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대도시의 쇠퇴, 조직 규모의 적정성 같은 새로운 현실도 이런 눈으로 보아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8.부록: 인간의 실존은 어떻게 가능한가

책은 1949년에 발표한 에세이 「잊힌 키르케고르(The Unfashionable Kierkegaard)」로 끝납니다. 19세기 이후 서구 사상은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만 물었을 뿐 ‘인간의 실존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잊었습니다. 그 결과 개인의 의미를 모두 사회가 정하는 사고가 퍼졌고, 이는 전체주의로 이어졌습니다.

키르케고르의 답은 인간의 실존은 사회 속 시민으로서의 삶과 영혼을 가진 개인으로서의 삶 사이의 긴장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긴장을 견디게 하는 것은 절망이 아니라 신앙입니다. 사회와 조직을 평생 탐구한 드러커가 선집의 마지막에 ‘사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글을 놓은 셈입니다.

9.한국에 주는 시사점

책이 다룬 사회 변화는 한국에서 더 빠르고 압축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고령화와 세대 간 정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연금 개혁과 정년 연장 논의에서 보듯, 고령층의 비중이 정치의 쟁점을 바꾼다는 진단은 한국에서 이미 현실입니다.
  • 사회 섹터의 역할: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결속이 약해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와 시민성을 되살릴 주체로서 비영리 조직과 자원봉사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만합니다.
  • 계속 학습 체계: 학령기 교육에 집중된 한국의 교육 체계는 성인이 일하면서 다시 배우는 계속 학습 체계로 넓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10.현재적 의의

『이노베이터의 조건』이 다룬 지식 사회, 고령화, 큰 정부의 한계, 계속 학습은 25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일상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사회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으며 개인에게 위치와 역할을 줄 때 기능한다는 출발점은, 일자리와 공동체가 함께 흔들리는 시대에 더욱 무게를 갖습니다. 다만 1930~1990년대 유럽과 미국을 배경으로 쓴 글이 대부분이어서, 냉전 종식 이후의 국제 질서나 디지털 플랫폼이 바꾼 공론장 같은 변화는 오늘의 독자가 따로 보완해 읽어야 합니다.

“사회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위치와 역할을 주고, 그 안의 권력이 정통성을 가질 때 비로소 기능한다.”

— 피터 드러커, 『이노베이터의 조건』 제1부

EDITOR’S COMMENT

세 권의 선집은 개인에서 시작해 조직을 거쳐 사회로 시야를 넓혀 왔는데, 『이노베이터의 조건』은 마지막에 다시 한 사람의 내면으로 돌아옵니다. 사회와 조직을 누구보다 깊이 탐구한 사상가가 책의 끝에 ‘사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글을 놓았다는 점은 곱씹어 볼 만합니다. 일터에서의 역할과 성과가 삶의 많은 부분을 채우는 지금,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자리를 무엇으로 지탱할지는 결국 각자가 찾아야 할 몫입니다. 사회를 바꾸는 혁신가의 조건도 그 단단한 개인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세 권을 함께 읽고 남는 결론입니다.

참고 자료

  • 교보문고, 「『이노베이터의 조건』(2001) 도서 정보」, 2001 — 링크
  • 알라딘, 「피터 드러커 저작 목록(『이노베이터의 조건』 개정판 2013)」 — 링크
  • DIAMOND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イノベーターの条件』 완전 북가이드 제12회(목차)」 — 링크
  • 다이아몬드사, 「『イノベーターの条件』 목차·개요」, 2000 — 링크
  • Foreign Affairs, 「The Changed World Economy (Drucker, 1986)」, 1986 — 링크
  • Global Peter Drucker Forum, 「The Unfashionable Kierkegaard 원문·해설」 — 링크
  • Elsevier, 「Post-Capitalist Society 목차(메가스테이트·사회 섹터)」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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