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서울은 왜 불가능해졌는가
한국·일본·중국·대만 및 동남아시아 각국의 경제 모델, 기업 생태계, 부동산 구조, 반도체·에너지 등 전략 산업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글로벌 독자들이 아시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뉴욕, 런던, 시드니 등 세계 주요 경제 허브들은 '주거비 위기'라는 공통 문제를 공유한다. 도시가 안전하고 부유하며 매력적일수록 집값이 비싼 것은 당연하다는 서사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두 메가시티인 도쿄와 서울은 이 통념을 정면으로 깨뜨린다.
도쿄는 세계 최대 광역 도시권이자 일본 경제의 엔진이다. 인구 밀도는 제곱마일당 약 41,000명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두 배를 넘는다. 그럼에도 지난 20년간 도쿄의 임대 시장은 '안정'을 유지했다. 웨이터 등 서비스직 종사자가 룸메이트 없이 도심의 원룸을 구할 수 있는 시장이 실재한다. 반면 서울은 경제 규모와 도시 성격 면에서 도쿄와 유사하지만, 주택 시장은 완전히 다른 경제적 우주 안에 있다.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일본 정부는 위기를 계기로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나섰다.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이 그 핵심이다. 이 법은 용도 지역 설정(Zoning) 권한을 지자체와 지역 주민으로부터 중앙 정부로 이전했으며, '당연한 권리(As-of-Right)' 원칙을 강화했다. 개발자가 성문화된 법적 기준만 충족하면 지자체는 반드시 승인해야 하며, 미관·교통·동네 분위기 등을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
결과는 명확했다. 도쿄는 끊임없이 허물고 새로 짓는 도시가 되었다. 2014년 기준 도쿄시 단독으로 142,417호를 착공했는데, 이는 같은 해 인구 3,870만 명의 캘리포니아주 전체 허가 물량(83,657호)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용도 지역 철학도 다르다. 도쿄는 서구식 용도 분리(주거·상업·공업 엄격 구분) 대신 '최대 소음·공해 기준 용도제'를 사용한다. 일본 전역에 단 13개의 표준 용도 지역만 존재하며, 단 한 구역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나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이 복합 용도 구조는 직주근접 환경을 만들고, 자동차·주차장 의존을 줄여 더 많은 땅에 집을 지을 수 있게 한다.
서울은 지형적으로 화강암 산지에 둘러싸인 분지인 데다, 1971년 도입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는 제도적 장벽을 안고 있다. 환경 보호와 도시 확산 방지라는 명분으로 설계되었지만, 현실에서는 도심 공급을 인위적으로 억제하여 지가 폭등을 부추겼다. 개발은 그린벨트를 건너뛰어 멀리 떨어진 신도시로 향해야 했고, 도심 내 공급 부족은 기존 소유자에게만 유리한 시장을 만들었다.
2026년 1월에도 국토부와 서울시는 유휴 부지 6만 호 공급 방안을 두고 환경 비용과 규제 완화 우선순위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 일본의 '당연한 권리' 모델과는 대조적으로, 주택 공급이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는 행정적 교착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두 시장의 근본적 차이는 '집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에서 비롯된다. 일본에서 집은 자동차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하락하는 소비재다. 20~30년이 지나면 건물 가치는 거의 0에 수렴하며, 1981년 이전 건물은 '지진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이웃에 새 건물이 들어서도 내 자산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기에 개발에 관대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집은 다르다. 2024년 기준 한국 가계 자산의 약 75%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집값이 40% 정도라도 조정된다면 (갭투자 또는 과도한 대출로 집을 산) 중산층 다수가 파산할 수 있는 구조다. 정치권은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약으로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유권자 자산의 75%를 지키는 고점 유지가 정치적 생존과 직결된다. 이 '정치적 중독' 구조가 시장 정상화를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는 가격 폭등기에는 투기의 연료가 되었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지렛대로 삼아 적은 자기자본으로 여러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는 시장 과열 구조를 심화시켰다. 2025년 한국의 가계 부채는 GDP의 105%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서울 중간 가구의 소득 대비 대출 상환 비율(DTI)은 154%에 육박한다.
2025년에는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한 고위 정책 입안자가 정작 전세금을 끼고 판교에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문화 전반에 걸쳐 형성된 구조적 모순의 단면이다.
이 영상은 외국인의 눈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부동산 시장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비슷한 규모와 조건을 가진 두 도시가 왜 이토록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 대답은 지형이나 경제 규모가 아니라, 주택을 '사용 자산'으로 볼 것인가, '투자 자산'으로 볼 것인가라는 사회적 선택에 있다.
한국의 부동산 구조는 제도에 기반하여 합리적 행위자들의 총합이 만들어 낸 결과다. 집값 상승에 베팅한 개인, 표를 의식해 가격 하락을 막아온 정치권, 전세 레버리지를 용인한 금융 시스템 모두가 공모한 '집단 합리성의 함정'이다. 이 구조를 바꾸려면 단기적으로 자산 가치 손실을 감내할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
주택 가격의 과도한 상승은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부담을 초래한다. 높은 주거비는 임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구 구조다. 집값 부담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면서, 주거 불안정은 저출생·인구 감소라는 장기적 경제 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 당장의 자산 가치를 지키려는 선택이 미래 세대의 경제적 기반을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자산 가격의 역사는 한 가지 진실을 반복해서 확인시켜 준다. 어떤 자산이든 실제 가치와 지나치게 괴리된 가격은 언젠가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조정의 여부가 아니라 시기와 방식이다. 시장이 자연스럽게 숨을 고를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조정이 올 때 그 충격은 훨씬 크고 급격해진다. 연착륙의 가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좁아진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과 무관한 자산 가격의 급등은 노동과 기여에 대한 사회적 존중 인식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성실하게 일해서 버는 소득보다 집 한 채를 보유한 것이 더 큰 부를 안겨다 줄 때, 사람들은 노력보다 자산 보유 여부가 운명을 가른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사회적 통합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끄는 동력 — 즉 '열심히 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 을 침식시킨다.
정부 정책 입안자에게는 일본의 사례에서 세 가지 시사점을 읽을 수 있다. 첫째, 공급 권한의 중앙화가 님비 저항을 우회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용도 지역의 유연성을 높이면 직주근접 환경이 형성되어 인프라 효율이 높아진다. 셋째, 주택을 '투자 자산'에서 '거주 목적 소비재'로 재정의하는 장기적 인식 전환 없이는 어떤 공급 대책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물론 제도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맥락이 담겨 있다. 일본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해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 — 전세 제도, 갭투자, 그린벨트, 집값은 오르는 것이라는 믿음 등 — 이 다른 나라에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는 불편하지만, 변화를 거부하는 대가는 그보다 더 크다.
주요 통계는 Behind Asia가 인용한 산업 및 정부 데이터를 참조하였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인용된 견해는 비즈앤프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서울은 왜 불가능해졌는가
한국·일본·중국·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 각국의 경제 모델, 기업 생태계, 부동산 구조, 반도체·에너지 등 전략 산업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글로벌 독자들이 동아시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로 콘텐츠를 제작한다. 본 뉴스레터 Vol.10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동아시아 집중 현상을 다룬 에피소드를 소개한 바 있으며, 이번 Vol.11에서는 2026년 3월 방영된 에피소드 "Why Tokyo is Cheap and Seoul is Impossible"을 토대로 도쿄와 서울의 주택 시장 구조적 차이를 심층 분석한다.
뉴욕, 런던, 시드니 등 세계 주요 경제 허브들은 '주거비 위기'라는 공통 문제를 공유한다. 도시가 안전하고 부유하며 매력적일수록 집값이 비싼 것은 당연하다는 서사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두 메가시티인 도쿄와 서울은 이 통념을 정면으로 깨뜨린다.
도쿄는 세계 최대 광역 도시권이자 일본 경제의 엔진이다. 인구 밀도는 제곱마일당 약 41,000명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두 배를 넘는다. 그럼에도 지난 20년간 도쿄의 임대 시장은 '안정'을 유지했다. 서비스직 종사자가 룸메이트 없이 도심의 원룸을 구할 수 있는 시장이 실재한다. 반면 서울은 경제 규모와 도시 성격 면에서 도쿄와 유사하지만, 주택 시장은 완전히 다른 경제적 우주 안에 있다.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일본 정부는 위기를 계기로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나섰다. 2002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이 그 핵심이다. 이 법은 용도 지역 설정(Zoning) 권한을 지자체와 지역 주민으로부터 중앙 정부로 이전했으며, '당연한 권리(As-of-Right)' 원칙을 강화했다. 개발자가 성문화된 법적 기준만 충족하면 지자체는 반드시 승인해야 하며, 미관·교통·동네 분위기 등을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
결과는 명확했다. 도쿄는 끊임없이 허물고 새로 짓는 도시가 되었다. 2014년 기준 도쿄시 단독으로 142,417호를 착공했는데, 이는 같은 해 인구 3,870만 명의 캘리포니아주 전체 허가 물량(83,657호)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출처: Behind Asia, 2026년 3월)
용도 지역 철학도 다르다. 도쿄는 서구식 용도 분리(주거·상업·공업 엄격 구분) 대신 '최대 소음·공해 기준 용도제'를 사용한다. 일본 전역에 단 13개의 표준 용도 지역만 존재하며, 단 한 구역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나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이 복합 용도 구조는 직주근접 환경을 만들고, 자동차·주차장 의존을 줄여 더 많은 땅에 집을 지을 수 있게 한다.
서울은 지형적으로 화강암 산지에 둘러싸인 분지인 데다, 1971년 도입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는 제도적 장벽을 안고 있다. 환경 보호와 도시 확산 방지라는 명분으로 설계되었지만, 현실에서는 도심 공급을 인위적으로 억제하여 지가 폭등을 부추겼다. 개발은 그린벨트를 건너뛰어 멀리 떨어진 신도시로 향해야 했고, 도심 내 공급 부족은 기존 소유자에게만 유리한 시장을 만들었다.
2026년 1월에도 국토부와 서울시는 유휴 부지 6만 호 공급 방안을 두고 환경 비용과 규제 완화 우선순위 문제로 공방을 벌였다. 일본의 '당연 권리' 모델과는 대조적으로, 주택 공급이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는 행정적 교착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두 시장의 근본적 차이는 '집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에서 비롯된다. 일본에서 집은 자동차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하락하는 소비재다. 20~30년이 지나면 건물 가치는 거의 0에 수렴하며, 1981년 이전 건물은 '지진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이웃에 새 건물이 들어서도 내 자산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기에 개발에 관대할 수 있다.
한국에서 집은 다르다. 2024년 기준 한국 가계 자산의 약 75%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집값이 40% 정도라도 조정된다면 중산층 대부분이 파산할 수 있는 구조다. 정치권은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약으로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유권자 자산의 75%를 지키는 고점 유지가 정치적 생존과 직결된다. 이 '정치적 중독' 구조가 시장 정상화를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한국 특유의 전세 제도는 저금리 시대에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고금리·가격 폭등기에는 투기의 연료가 되었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금을 지렛대로 삼아 적은 자기자본으로 여러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는 시장 과열 구조를 심화시켰다. 2025년 한국의 가계 부채는 GDP의 105%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서울 중간 가구의 소득 대비 대출 상환 비율(DTI)은 154%에 육박한다. (출처: Behind Asia, 2026년 3월)
2025년에는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한 고위 정책 입안자가 정작 전세금을 끼고 판교에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문화 전반에 걸쳐 형성된 구조적 모순의 단면이다.
이 보고서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비슷한 규모와 조건을 가진 두 도시가 왜 이토록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 대답은 지형이나 경제 규모가 아니라, 주택을 '권리'로 볼 것인가, '자산'으로 볼 것인가라는 사회적 선택에 있다.
한국의 부동산 구조는 정책 실패가 아니라 합리적 행위자들의 총합이 만들어 낸 결과다. 집값 상승에 베팅한 개인, 표를 의식해 가격 하락을 막아온 정치권, 전세 레버리지를 용인한 금융 시스템 모두가 공모한 '집단 합리성의 함정'이다. 이 구조를 바꾸려면 단기적으로 자산 가치 손실을 감내할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그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기업 리더 관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히 복지나 주거 정책의 영역을 넘어선다. 서울의 주거 불가능성은 곧 핵심 인재의 지방 이탈과 청년 세대의 소비 여력 고갈로 연결된다. 높은 가계 부채(GDP 대비 105%)는 내수 소비를 구조적으로 압박하며, 이는 내수 의존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장기적으로 제한한다. 서울에서 중간 소득 노동자가 집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은, 기업이 우수 인재를 유치·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을 의미한다.
정부 정책 입안자에게는 일본의 사례에서 세 가지 시사점을 읽을 수 있다. 첫째, 공급 권한의 중앙화가 님비 저항을 우회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이 입증됐다. 둘째, 용도 지역의 유연성을 높이면 직주근접 환경이 형성되어 인프라 효율이 높아진다. 셋째, 주택을 '투자 자산'에서 '거주 목적 소비재'로 재정의하는 장기적 인식 전환 없이는 어떤 공급 대책도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물론 제도에는 그 나라의 역사와 맥락이 담겨 있다. 일본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 — 그린벨트, 전세 제도, 집값은 오르는 것이라는 믿음 — 이 다른 나라에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는 불편하지만, 변화를 거부하는 대가는 그보다 더 크다.
주요 통계는 Behind Asia가 인용한 공신력 있는 산업 및 정부 데이터를 참조하였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인용된 개인 및 기관의 견해는 비즈앤프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